지역마다는 조금씩 차이는 있어도 올해 전국적인 첫눈이 내리고 가장 눈이 내리지 않기로 유명한 대구에서는 그저 감질나듯 바람에 조금 흩날리기만 했습니다. 그리하여 슷제 그리도 기다리던 첫눈을 만나러 무주로 달렸습니다. 덕유산으로 말입니다. 고령을 넘어 합천.
거창쪽으로 들어서니 고산들이 나타나며 멀리 하얗게 덮여있는 설봉들이 눈에 찹니다. 길에도 녹지 않은 눈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게 하고 제법 눈이 많이 내린 지역에서 온듯한 차량들은 후드에 눈을 잔뜩 싣고 달려옵니다. 겨울 덕유산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반길까하는 기대감에 생각없이 미주로 트레킹을 많이 하러온 죄 밖에 없는 운전을 맞은 산친구에게 빨리가자며 독촉을 하다 핀잔을 듣기도 합니다.
덕유산. 그쪽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나온지라 이 지역 학교 교가는 거의가 덕유. 지리산의 정기를 받았음을 노래하는데 이 지역 명산임에는 분명합니다. 거창에서 빠져 나가니 국도를 타고 무주쪽으로 가는데 황량한 겨울 들판은 군데군데 잔설이 흩어져 평온한 마음을 얻게해주는 목가적 여유가 있어 좋습니다.
그 옛날과 다른 점이 있다면 변치않고 지켜주는 고가들 사이로 간이 식당이며 팬션이며 하는 현대식 건물들이 생뚱맞게 많이 지어져 있다는 것. 한 건물만 둔다면 나무랄데 없지만 촌가에 하나둘 박혀있는 이 부조화는 어쩐지 그리 마음이.. 무주 구천동 가는 길을 그냥 지나 상가지역을 들어서니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저 날리는 정도이지만 그래도 먼길을 왔다고 환영하고 격려해주는 듯 하여 괜히 우쭐해지고 기분이 좋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스키 시즌이 도래하여 이르게 개점을 하고 준비하는 수많은 스키 샾들. 제법 쌓인 눈에 더욱 켜켜이 덮어 견고케 한 뒤 개장을 서두르고 있는 덕유산 스키 리조트. 문득 유럽 어느 도시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일게 하는 산장들. 심산 유곡을 채운 리조트의 숙소마다 연기를 자욱하게 피워 올리니 아늑한 산장의 정겨움이 우리 몸도 데워주는듯.. 겨울 덕유가 세인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으로 올랐습니다. 아무 생각도 없이 곤돌라에서 내리니 칼바람이 불고 온도는 급강하하여 매서운 관문을 일단 통과하라듯이 굽니다. 급히 두꺼운 장갑과 아이젠을 사서 착용하고 향로봉을 향합니다. 간단없이 내린 눈은 온세상을 하얗게 덮었고 습도가 높고 수증기가 많은 곳으로 유명한 이 덕유산 정상은 그래서 상고대로 이름을 떨치는 곳이죠.
눈이 내리면 아래에서 위로 쌓이기만 하는데 상고대란 공기중에 떠있는 습한 것이 나무가지나 사물에 얹혀 얼어버리는 현상으로 나무가지 아래에도 덕지덕지 붙어버리고 심지어는 바람이 이들을 실어다 주면 줄줄이 얼어붙어 어느 때는 마치 깃발처럼 날리는 듯 결빙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도 한답니다.
얼음왕국. 동화속 나라. 설국. 동심의 하얀나라... 하얀 눈을 보면 모두 마음들이 순수해지고 어려지는 것 같습니다. 기인긴 설화가 도열한 터널을 지나면서 두텁게 흰옷을 입고 있는 모든 나무와 바위들을 바라보니 그저 너무 좋다는 탄식만을 내뱉을 뿐.. 가만 눈길을 아래로 두면 작은 관목들이 마치 스쿠바 다이빙을 하며 산호초가 가득 덮여있는 해저를 여행하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앙증맞게도 귀엽고 예쁜.
향적봉 정상에는 바람이 드셉니다. 운무가 가득하여 거의 지척을 분간못할 정도라 그 장엄한 산릉들의 굽이침을 볼수는 없지만 예전에 보았던 그리고 미디어가 보여준 그 장대한 풍광들을 기억해내며 내 시선에 오버랩 시켜봅니다. 어떨 땐 차라리 이렇게 상상의 풍경이 더 아름다울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눈바람에 가려진 표지석의 글자를 후벼파내고 기념 사진을 찍으니 기다리던 사람들이 번호표를 받고 기다린다고 너스레를 떱니다. 서로 찍어주고 받으며 산정에서도 작은 인정과 웃음을 나눕니다. 모자를 쓰지 않은 내 머리에도 눈꽃이 피어 보는이들 마다 신기한듯 웃음을 건넵니다.
이름하여 인간 상고대! 본인의 카스에 올리겠다며 포즈를 잡기요구도 해옵니다. 너무 절묘하게 타이밍을 맞춰서 찿아온 덕유산 향적봉. 상고대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 고마운 시간들이었습니다.
14
Jul, 2023
by Bittd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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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춘기 - 트레킹여행 전문가
미주 트레킹 여행사는 미국의 심트부인 워싱턴에 본점을 두고 있으며 미주 북미, 중미, 남미 지역에 가장 아름다운 명산과 명산행로를 트레킹 하며 수중 세계가 미려한 캐리비언에서 스쿠바 다이빙과 관광 및 크루저 여행 그리고 미국 대륙 횡단 트레킹 여행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한국 내에서는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많은 트레킹 전문 여행사가 있습니다만 거의가 동남아나 유럽, 중국과 일본 등에 치우치고 있어 미주 쪽의 정보가 부족함을 인지하고 27년간의 미국생활과 그동안의 원정 산행 경험을 토대로 미주 트레킹을 설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마음은 있었으나 미주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혹은 전문 가이드가 없어 망설이셨다면 이제부터는 미주 트레킹에서 도와 드리겠습니다. 미주 트레킹은 전문 산악 가이드와 함께 건강하고 맛있는 산행을 추구합니다.
인원에 따라, 취향에 따라, 산행 능력에 따라 적절하게 맞추어 드리는 맞춤 트레킹 여행을 제공해드립니다. 식사도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모두 취사가 가능하며 참석하시는 분들의 기호와 식정에 따라 식단을 짜드립니다. 대부분의 숙소는 Cottage나 Cabin 산장 (한국의 팬숀 형태)을 선호하는데 독립숙소에서 참가자들만의 공간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제공해드립니다.
이 또한 호텔이나 콘도 등을 선호하시면 그렇게 해드리는 등 모든 일정을 원하시는 방향으로 맞추어 짜드려서 완벽한 만족과 즐거움을 전 일정 드립니다.
미주 트레킹은 고객 여러분들께 건강한 삶, 풍요로운 삶과 더불어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제공해 드리고자 늘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력합니다. 저희와 함께 하시는 트레킹과 여행. 언제나 살아가면서 웃음 머금고 꺼내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드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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