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강의 원류 라구나 그란데 (Laguna Grande) 호수 를 만나러..
아마존 강의 원류  라구나 그란데 (Laguna Grande) 호수 를 만나러..

아마존 강의 원류 중 하나라는 라구나 그란데(Laguna Grande)인데 생명의 근원을 만나보는 경건함도 묻어있습니다. 15km의 길을 4,500m 고도에 고요하게 누워있는 이 호수를 만나기 위해 1,100m 고도를 높여 7시간 이상을 걸어야 볼수 있습니다.

이곳의 일과는 이른 새벽부터 시작되고 동이 트면서 바로 길을 나섭니다. 고산 트레킹이라 속도를 내기 어려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유도 있지만 위도상의 특성으로 오후면 반드시 뿌리는 비를 피하기 위함입니다. 그저께 힘든 리타쿠바(Ritacuba) 트레킹을 마치고 하루 더 카나와라(Kanawara)에서 머물러야했지만 워낙 열악한 환경이라 보따리 싸서 종주 시작점에 있는 에스페란자 호텔(Hacienda la Esperanza)로 옮겼습니다.

이 호텔말고도 공원입구에서 매우 가까워 접근성이 좋은 숙소도 있었으나 또 그럴까 해서 선험자들이 그나마 극찬한 이유로 이곳에 머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역시 좋은 평판처럼 손색이 없어 마음놓고 마신 술과 그동안 쌓인 노독에 몸을 무거워 어제 하루 휴식하며 보내는 날로 했습니다. 잠도 원없이 자기도 하면서.. 그렇게 몸을 추스린 하루는 오늘의 발길을 가볍게 해줍니다.

깔끔한 아침을 선사받고 콜롬비아 최대 빙하 지대인 코쿠이 국립공원안으로 들어섭니다. 해발 3,600m의 고원에서 시작되는 트레킹. 매일 4천 이상의 길을 걷는 고산 트레킹에 체력이 방전되기는 했지만 이제는 제법 적응이 되어 다른 부작용은 없습니다. 오늘 길위에서 만나게될 예사롭지 않은 풍경이 집대성한듯 가득한데 이를 감상하며 걷노라면 자연 발걸음이 더뎌질것입니다. 이른 아침이면 거의 매일같이 짙은 안개에 산하는 갇혀있다가 서서히 그 미려한 모습을 드러내놓습니다.
플라이레혼 계곡을 통과하면서 철지난 야생화들의 마지막 발산을 봅니다.

아직은 추위가 가시지 않은 길을 묵묵히 수행하듯 생각없이 걷습니다. 공원 내 일정 구역까지는 가축들을 방목할 수 있어 곳곳에서 소와 양들이 평화롭게 서성대는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해발 4천 미터를 넘어서면서 거대한 바위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길은 한층 거칠어지는데 이내 숨이 차오릅니다. 무덤덤한 무채색의 황량한 풍경속에서 멀지않은 곳의 판데 아수카르는 이름처럼 설탕같아 단연 하얀 진주처럼 빛나보입니다.

안데스 산맥에서나 볼수있는 특이한 고산 툰드라 생태계인 파라모(Paramo) 지대가 펼쳐지는데 트리 라인과 스노우 라인 사이에서 고산 열대성의 낮은 관목들이 가득합니다. 이곳에는 프라일레혼도 키가 작아지고 뚱뚱한 외형으로 바뀝니다.

이런 광막한 곳에도 야생동물들이 살까 궁금해하는데 공교롭게도 퓨마 서식지를 알리는 표시판이 보이고 그 뒤 하늘에는 콘도르의 힘찬 비행도 함께 합니다. 이제 초목들도 사라지고 온통 바위와 비바람에 부서진 바위조각들만 뒹구는 험하고 건조한 길이 시작됩니다. 시야에 차는 가없는 설봉들의 물결치는 전망이 눈부십니다. 바람의 속삭임을 들으며 마침내 숨어있던 그란데 호수에 도착합니다.

깊고 푸른 호수는 파란 하늘과 하얀 설산을 배경으로 일행을 맞이하는데 마치 세상의 끝에 다다른 느낌이 입니다. 에워싸고 있는 콘카보, 포르탈레스, 토티, 판 데 아수카르, 풀피토 델 디아블로등 코쿠이의 내노라는 설봉들이 푸른빛의 유리같은 호수에 비치는 그 멋진 전망에 경탄이 절로 터져나옵니다.

빙하녹은 물이 고여서 만들어진 호수는 햇빛에 반사되면 눈이 시릴 정도로 맑고 투명한데 그 호수에 하늘도 잠겨 있으니 세상은 온통 푸른빛입니다. 점심을 겸한 휴식시간. 이르게 하루를 시작하니 이시간이면 그 추운데도 식곤증이 몰려옵니다. 투명한 햇살을 맞으며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려진 빙호위로 한결 바람이 지나가고 무념무상의 시간 속에서 꿈같이 짧은 오수의 달콤함이 행복하기만 합니다.

여정의 마지막 트레킹. 풀피토 델 디아블로(Pulpito del Diablo)와 판 데 아수카르(Pan de Azucar)로 오르는 길입니다. 아름다운 고행길입니다. 길고 먼 부분적으로 매우 가파르기도 한.. 악마의 제단과 천사의 순백. 검붉은 바위산과 순백의 빙하를 만난다는 흥분으로 가슴이 뜁니다. 원래 원주민들이 그들의 태양신을 섬기던 제단인 곳을 십자가를 앞세워 침략한 스페인들이 악마의 제단으로 개명해버린 곳.

황금에 눈이 어두워 수없이 많은 인명을 앗아간 것도 모자라 문화적 뿌리까지 몰살하려한 그들의 종교적 의미가 무엇인지 불쾌한 의구심이 일게합니다. 사랑과 박애정신을 외치는 그들 신앙의 이중성이 말입니다. 아무튼 5,100m 고도에 위치한 이 두 거물을 보러 4000m 지점에서 트레킹을 시작하고 호세가 한주먹 건네는 코카잎을 뭉쳐 한볼 가득히 넣고 우물거리며 진액을 뽑아냅니다.

환각성이 가미된 몰핀이 함유되어 있으니 진통 효과가 당연 있어 고산에서 생활하는 그들의 간식이자 만병통치약입니다. 오늘 날씨도 더 이상은 맑을 수 없을 만큼 화창한데 공원을 들어서면 달갑지않게 내리막길이 시작되고 대신 건너편에 오늘 해후할 아수카르 설봉과 악마의 제단이 한눈에 보입니다. 제법 우거진 숲길을 헤치고 나아가면 고산 평원이 이어지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천천히 호수며 설산풍경이며 하늘을 바라보며 코쿠이의 자연에 적응하며 걸어갑니다.

적막한 풍경 한가운데 자리한 3개의 시에라 호수가 우리를 맞이하고 그 물속엔 네모반듯한 풀피토 델 디아블로와 순백의 판 데 아수카르가 잠겨 있습니다. 유순하던 길은 이제 바위길로 변하고 한소쿰 땀을 쏟아내면 마침내 시에차 전망대에 닿습니다. 호수의 전망과 더불어 콜롬비안 안데스의 비현실적인 풍경을 마주하니 꿈을 꾸는 듯합니다.

다시 화산 폭발로 제멋대로 엉켜있는 너른 암반 지대를 오르고 마침내 콜롬비아 최고의 빙하와 눈맞춤을 합니다. 거대한 사각형의 바위산 디아블로가 곁에 있어 아수카르가 더욱 눈부신데 전혀 다른 모습에 같은 감동이 밀려오고 순백의 황홀함에 악마의 환상이 묘하게 겹쳐있습니다.

눈을 감고 지난 4일 동안 걸었던 길을 떠올려봅니다. 남미 최대의 빙하와 거대한 화강암 바위산으로 뒤덮인 코쿠이 국립공원. 콜롬비아가 왜 트레킹의 천국이라고 불리는지 와서보니 알수 있겠습니다.

2013년 한 연구진의 보고서는 콜롬비아 모든 빙하가 2030년까지는 완전히 녹을 것이라는 슬픈 예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금도 뜨거운 태양에 많이 녹아 온통 눈과 얼음으로 뒤덮힌 빙하세계를 기대한다면 약간은 실망하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시에라 네바다 산군의 그 특별한 풍경의 여정은 가능합니다. 서두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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