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의 알프스, 노스 케스케이드의 베이커 마운틴
북미의 알프스, 노스 케스케이드의 베이커 마운틴

이번 트레킹 순례 마지막 여정인 노스 케스케이드 국립공원에 들었습니다. 북미의 알프스라 불리는 이곳은 미 서북부 최북단에 위치하여 캐나다와의 국경을 함께 하는데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산악지역으로 300여개의 빙하지역이 있어 시간의 흐름 속에 만들어진 크고 작은 아름다운 옥색 호수들이 즐비해 피오르드를 연상시키는 절경들을 품고 있습니다.

문명과 완전히 격리된 이방의 땅으로 빙하의 흐름에 따라 파여진 드넓은 U자형 대협곡에는 침엽수림으로 가득 채워져 있고 수천 만 년 전에 이루어진 지각의 융기로 최고 3300미터 급의 베이커 최고봉을 비롯하여 이에 어께를 나란히 하는 웅장한 산군을 형성하여 빙하와 만년설이 어우러진 조화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7월과 9월까지를 제외하고는 항상 눈이 잦아 순백의 아름다움을 한껏 보여주는 명소입니다.

공원은 노스 케스케이드, 셜랜 호수, 로스 호수 등 세 개의 지역으로 나뉘어 관리하며 360마일에 이르는 장대한 트레일이 얽히고 섥혀 이어지는데 어느 길이라도 감탄을 금할 수 없이 수려한 풍치를 보여줍니다. 오늘 우리는 북부 지역의 최고봉 베이커 마운틴을 만나러 길을 나섭니다.

베이커 산은 활화산이며 3278미터의 높이로 언제나 웅장한 위세로 북미를 호령하는 케스케이드 산맥의 주봉으로 군림하는 만년설산입니다. 서부 해안으로부터 바람에 실려 오던 구름이 고산에 막혀 머물면서 뿌려주는 눈 때문에 기네스북에도 등재될 만큼 강설량이 많은데 멀리서 보면 그 웅장함에 우선 압도되고 다가가면 다가 갈수록 여느 빙산과는 달리 접근을 그나마 쉽게 용인하여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너그러운 산입니다. 그런 명산의 속살을 더듬으며 가는 기쁨의 길.
그 중 오늘은 헬리오트로프 릿지 트레일을 선택했습니다. 지명에서도 이내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Glacier라는 아주 작은 동네에 몇 안되는 숙박시설 중 운 좋게 걸려든 콘도에서 1킬로미터도 안되어서 들어설 수 있는 진입로를 따라 트레킹 시작점으로 오릅니다. 8마일 정도 비포장 길을 먼지 자옥하게 들썩대며 올라가는데 언제나 습한 탓에 수령을 헤아릴 수 없는 거목들의 거친 세월과 풍파에 견디며 살아온 삶의 테두리가 고스란히 보이고 그 처연함을 함께 표하려는 듯 두터운 이끼들이 땅이며 바위며 고목들에 덧칠을 하고 있습니다.

햇빛이 들지 않는 까닭에 쓰고 있던 선 글래스를 벗지 않으면 어두워 보이지 않는 숲길. 작은 나무들은 숫제 분재해놓은 것처럼 힘겹게 생을 유지하고 있으며 훗날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 자연의 순환이 참으로 경이로움으로 다가옵니다.

여름이면 항상 나타나는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오늘처럼 8월의 한가운데 오르는 길에는 빙하가 녹은 물이 흘러 내를 이루는데 그런 준비되지 않은 시냇물을 무려 7군데나 건너면서 가야합니다. 그런 뒤 정상에 서면 손에 잡힐 듯 다가선 베이커 산의 빙하를 감상하며 용기있는 자들은 감히 더욱 가까이 다가가 그 수 만년 세월위에 발을 디뎌볼 수도 있는 아름다운 길입니다. 수많은 족적들이 모여 다져진 길 위에는 관리 측의 수고로움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데 군데군데 습진 지역에는 정성스레 나무로 보드웍을 마련해두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거기에도 이끼가 무성하게 자라 원래부터 있던 것처럼 자연의 일부가 되어 치장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나둥그러져 있는지 몰라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거목들이 스러져 그 또한 자연의 일부가 되어 명산의 풍모를 만들도록 거들어 주고 있습니다.

민족성을 그대로 표현한 길의 형태. 우리 산과는 달리 여유롭게 오르도록 가능하면 직재그 형태로 길을 닦아놓아 힘들지 않게 오르며 이 가득한 산의 미학을 듣습니다. 고즈넉한 이 길을 걸으며 마음도 몸도 고요해짐을 느낍니다. 참으로 행복하고도 행복한 길입니다. 고도를 높일수록 이제 나무들이 듬성해지며 푸르른 하늘도 보여주고 멀리 펼쳐지는 케스케이드 산맥의 줄기들도 이어지는 파노라마를 즐기게 해줍니다.

유난히 뜨거운 올해 여름. 더욱 풍성한 수량 때문에 내를 건너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우리 일행들도 거의 다 물에 빠져버리니 모두 포기해버리고 차라리 물을 도외시한 채 첨벙첨벙 거리며 내를 건넙니다. 때로는 포기가 최선일 때가 있습니다. 버리고 나니 자유가 따르는 우리의 인생길처럼 말입니다.

산이 끝나는 지점이 어디 있으랴만 공식적인 트레일은 벼랑 끝에서 멈춥니다. 산정에서 흘러내린 빙하는 협곡으로 이어지고 그 빙원에는 전문 산악인들을 꿈꾸는 동량들이 몇 그룹씩 훈련을 하는 것이 눈에 띕니다. 우리도 용기 내어 바로 코앞까지 진군을 하였으나 마지막 비탈이 너무 위험해 안전을 감안하여 욕심을 버리기로 하고 한 컷 인증 샷들만 남깁니다.
비현실적인 풍경 앞에서 가벼운 탄성을 내뱉으며 시선을 주변으로 돌려보니 그 베이커 산의 위용이 새삼 대단하게 다가옵니다. 빙하마저도 작은 산군을 이루어 산위에 산이 있는 묘한 풍경. 수 만년을 켜켜이 다져 겨우 일 년에 몇 센티미터씩 흘러 내려와 한 순간에 무너지는 빙하. 곳곳에서 붕괴하는 장관을 마른하늘 울리며 보여줍니다. 흙더미인가 싶어 보면 빙하위에 살짝 흙과 먼지가 묻어 있었던 빙산이었습니다.

이러하니 곳곳에 폭포를 생성시켜 그 풍경을 더욱 절묘하게 만들어 주는 베이커. 연간 40만 명이 이를 보기위해 방문한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욕심을 내서 공식적인 길을 벗어나 더 올라간 산객들의 모습이 아련한 곳에는 설산을 배경으로 비춰지는 장면 또한 감동의 파노라마입니다.

계절을 더듬어 어렵사리 피어난 야생화의 빛깔이 이토록 미려할 수는 없습니다. 온갖 자연물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케스케이드 산군의 풍경. 인간이 만든 어떤 형용사로도 적절하게 표현해 낼 수 없는 이 기막힌 풍경. 그 장엄함에 압도되어 멍하니 산을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오늘따라 더욱 푸르고 깊어진 하늘에는 하얀 구름들이 유유자적 흘러가고 바람마저도 잠시 숨을 죽이는 순간. 찰라 같은 인생이 참으로 이 대자연 앞에서는 보잘 것 없음의 자각이 자기 성찰로 다가옵니다. 포기하고 버리는 것이 진정 얻는 것임을 ...


글쓴이
박춘기 - 트레킹여행 전문가
미주 트레킹 여행사는 미국의 심트부인 워싱턴에 본점을 두고 있으며 미주 북미, 중미, 남미 지역에 가장 아름다운 명산과 명산행로를 트레킹 하며 수중 세계가 미려한 캐리비언에서 스쿠바 다이빙과 관광 및 크루저 여행 그리고 미국 대륙 횡단 트레킹 여행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한국 내에서는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많은 트레킹 전문 여행사가 있습니다만 거의가 동남아나 유럽, 중국과 일본 등에 치우치고 있어 미주 쪽의 정보가 부족함을 인지하고 27년간의 미국생활과 그동안의 원정 산행 경험을 토대로 미주 트레킹을 설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마음은 있었으나 미주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혹은 전문 가이드가 없어 망설이셨다면 이제부터는 미주 트레킹에서 도와 드리겠습니다. 미주 트레킹은 전문 산악 가이드와 함께 건강하고 맛있는 산행을 추구합니다. 인원에 따라, 취향에 따라, 산행 능력에 따라 적절하게 맞추어 드리는 맞춤 트레킹 여행을 제공해드립니다. 식사도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모두 취사가 가능하며 참석하시는 분들의 기호와 식정에 따라 식단을 짜드립니다. 대부분의 숙소는 Cottage나 Cabin 산장 (한국의 팬숀 형태)을 선호하는데 독립숙소에서 참가자들만의 공간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제공해드립니다. 이 또한 호텔이나 콘도 등을 선호하시면 그렇게 해드리는 등 모든 일정을 원하시는 방향으로 맞추어 짜드려서 완벽한 만족과 즐거움을 전 일정 드립니다. 미주 트레킹은 고객 여러분들께 건강한 삶, 풍요로운 삶과 더불어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제공해 드리고자 늘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력합니다. 저희와 함께 하시는 트레킹과 여행. 언제나 살아가면서 웃음 머금고 꺼내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드릴 것입니다. 산과 바다 그리고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슴 설레면서 함께 떠날 명산 트레킹 여행! 이제 미주트레킹과 함께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