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니어 마운틴 Sunrise 트레일을 오르며
레이니어 마운틴 Sunrise 트레일을 오르며

길.. 나는 길이라는 이 단어를 참 좋아합니다. 길이 있음으로 걸을 수 있고 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스치는 인연들 느끼는 감정들 접하는 풍물들.. 이런 것들이 내 서정을 짙게 하고 삶을 그윽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인생 자체가 길을 가는 것들의 집합체라고 봅니다.

등하교길, 출퇴근길, 귀향길, 귀성길, 산길, 물길, 들길.... 그리하여 인생길. 산길을 걷다보면 너무도 아름다운 길들을 만난 기억들이 있을 것입니다. 봄이면 꽃들이 만발하여 꽃으로 수놓아 단장된 길, 여름이면 짙은 녹음 속에서도 여리게 연록을 발하는 잎새 들, 가을이면 온갖 색으로 물들은 단풍들의 흐드러짐, 겨울이면 빈 하늘에 비끼는 하얀 눈길..
그 이쁜 길에서 서서 잠시 발길을 멈추고 흐뭇한 미소 담뿍 지으며 한동안을 바라볼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장을 꾸려 그 아름다운 길을 만나기 위해 오늘도 산으로 가는지 모릅니다. 아주 자주 그런 아름다운 길 위에 있는 나를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미소 가득 띄우며 바보처럼 멍청해지고 한답니다. 오늘도 그런 길을 기대하며 마운트 레이니어 북동부의 Sunrise Rim Trail을 찿았습니다.

1600미터 고지 위에 고색창연하게 자리하고 있는 산장 Sunrise에서 시작하여 주변 고개와 산마루를 연결하여 만들어진 풍요로운 길입니다. 아늑하게 산자락에 안겨진 산장주변을 돌며 좌로는 레이니어 산 북동부 측면을 감상하고 우로는 장대한 산마루가 물결치는 노스 케스케이드와 마운트 헬레나 국립공원들의 산군들을 감상하며 걷는 보속의 길이기도 합니다.
Paradise와 더불어 양대 대중 트레일로 잘 꾸며지고 닦여진 초반 길은 누구나가 주변 풍광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데 어느 한계에서부터는 급경사로 이어지니 여기서 부터는 관광용이 더 이상 아닙니다. 이 산에서는 특이한 경우를 제법 보는데 연세 지긋한 대 선배님들이 레인저들과는 조금 다른 유니폼을 입고 오가는 산객들에게 다정한 인사 건네며 뭐 필요한 것이 없느냐고 물어옵니다.

은퇴를 한 자원 봉사자들로 주머니 가득 산행지도와 야생화 도감 등을 갖고 다니며 트레커들에게 요긴하게 쓰이도록 도움을 주고 예견할 수 없는 사고에 대비하여 순찰처럼 돕니다. 자원봉사가 생활처럼 되어 있는 이 미국 땅의 삶의 구조. 본받을 만합니다.
함께 동행하며 이런 저런 한담을 나누는데 몇 년 째 이어지는 서부의 가뭄과 기근 때문에 자연이 많이 훼손되어가서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이 맘 때면 레이니어의 야생화가 불을 붇듯 원색으로 타올라야 하는데 메마른 건토에서는 이미 피기도 전에 져버리는 추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겨우내 내리는 눈으로 덮여야 할 만년설산의 비경 또한 기대할 수 없고 예전과는 사뭇 다른 초라한 산세라고 한탄을 합니다. 눈을 들어 좌우를 살피고 위아래를 바라보니 정말 옛날 보았던 그 모습 그 산이 아니었습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한 고개를 올라 릿지를 타고 한없이 갑니다. 이미 수목한계선을 넘은지라 그늘하나 없는 길을 걷는 것은 여간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티 없이 맑은 하늘은 그 강렬한 햇볕을 하나도 걸리지 않고 내려주니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 매우 따갑습니다. 이미 새까맣게 그을린 피부지만 선글레스 자국만 선명하게 남은 채 얼굴도 다 타버려 우스꽝스런 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주된 길은 루프 형태로 되었지만 한번 씩 벗어나서 Fremont 산정을 올라갔다 오기도 하고 호수를 보러 또는 Burroths 산을 찍고 내려오기도 하는 연속적인 선택이 주어지는지라 욕심을 내자면 20킬로미터는 족히 걸어야할 판. 모두에게 이 머나먼 땅에 와서 하나라도 놓치지 말고 즐기고 가자고 독려를 합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돌산을 순례자처럼 올라 프리몬트 산 정상에 서니 반갑게도 산 염소들이 가득 무리를 지어 우리를 환영하고 장대하게 뻣은 씨에라 산맥의 물결이 장관을 이루며 우리의 눈을 호사시켜 주었습니다. 멀리 하얀 눈을 이고 있는 만년설산 베이커와 아담스, 글레이셔 포인트등이 지리한 선의 산군을 돋보이게 하며 눈요기를 제공합니다. 산양도 만납니다. 호르라기 소리 비슷한 소리를 내며 주변을 맴도는 이들과의 조우는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서양사람들의 아이러니컬 한 샤머니즘적 믿음에 의거하니 까닭 없이 기분이 좋아집니다. 오늘은 산장을 나설 때부터 엘크란 녀석이 우리의 길을 환송하더니 말입니다.

물빛 고운 호수를 보고 나서 뷰로스 산으로 오릅니다. 더욱 가까워지는 레이니어. 아무래도 북동부에서 바라보니 인색한 햇살 덕에 눈이 반대편보다는 덜 녹아서 제대로 된 만년설산의 위용을 지닌 본디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금방이라도 우리를 덮쳐버릴 듯이 거대한 품안에서 그저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는 중압감을 느낍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그 강렬한 채광을 받아 산정은 더욱 순백의 미를 풍기고 있습니다. 만지면 만져질 듯 지척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레이니어의 숨소리를 들어봅니다. 고요한 가운데 전해지는 말. 가슴으로 읽습니다. 광활한 목초지를 지납니다. 산정에 하늘 정원처럼 펼쳐진 고원, 척박한 땅에서 모질게 자라온 화초들, 잎이 꽃이 되어 붉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빙하가 녹아 흐르는 작은 개울에는 이제야 레이니어의 야생화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잠시지만 레이니어의 옛날 그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환경의 뼈아픈 변화는 우리 인간의 부주의와 무관심과 도외시로 비롯되는 인재. 이 아름다운 자연들을 항구히 보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함을 레이니어의 꾸짖음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귀환길 방문자 센터 가까운 곳에 위치한 거울같은 호수에 부풀어진 발을 답그고 한 시름 놓으며 달콤한 휴식을 취할 때는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자연에게 후손들에게 또 우리를 째려보는 저 레이니어에게도 말입니다.


글쓴이
박춘기 - 트레킹여행 전문가
미주 트레킹 여행사는 미국의 심트부인 워싱턴에 본점을 두고 있으며 미주 북미, 중미, 남미 지역에 가장 아름다운 명산과 명산행로를 트레킹 하며 수중 세계가 미려한 캐리비언에서 스쿠바 다이빙과 관광 및 크루저 여행 그리고 미국 대륙 횡단 트레킹 여행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한국 내에서는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많은 트레킹 전문 여행사가 있습니다만 거의가 동남아나 유럽, 중국과 일본 등에 치우치고 있어 미주 쪽의 정보가 부족함을 인지하고 27년간의 미국생활과 그동안의 원정 산행 경험을 토대로 미주 트레킹을 설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마음은 있었으나 미주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혹은 전문 가이드가 없어 망설이셨다면 이제부터는 미주 트레킹에서 도와 드리겠습니다. 미주 트레킹은 전문 산악 가이드와 함께 건강하고 맛있는 산행을 추구합니다. 인원에 따라, 취향에 따라, 산행 능력에 따라 적절하게 맞추어 드리는 맞춤 트레킹 여행을 제공해드립니다. 식사도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모두 취사가 가능하며 참석하시는 분들의 기호와 식정에 따라 식단을 짜드립니다. 대부분의 숙소는 Cottage나 Cabin 산장 (한국의 팬숀 형태)을 선호하는데 독립숙소에서 참가자들만의 공간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제공해드립니다. 이 또한 호텔이나 콘도 등을 선호하시면 그렇게 해드리는 등 모든 일정을 원하시는 방향으로 맞추어 짜드려서 완벽한 만족과 즐거움을 전 일정 드립니다. 미주 트레킹은 고객 여러분들께 건강한 삶, 풍요로운 삶과 더불어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제공해 드리고자 늘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력합니다. 저희와 함께 하시는 트레킹과 여행. 언제나 살아가면서 웃음 머금고 꺼내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드릴 것입니다. 산과 바다 그리고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슴 설레면서 함께 떠날 명산 트레킹 여행! 이제 미주트레킹과 함께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