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땅. 파타고니아 W TREK
세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땅. 파타고니아  W TREK
세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땅. 파타고니아  W TREK

오늘은 세상 가장 아름다운 계곡. 프렌치 벨리를 오르는 날인데 가히 배낭의 무게와 파타고니아의 거친 바람과의 전쟁일듯 합니다. 바람이 휘몰아치는 길을 뚫고 걷다 보니 이윽고 프랜치 벨리가 시작되는 이탈리아노 산장에 도달하였고 배낭들을 비맞음을 대비해 레인커버로 덮어놓고 세상에 내 놓아도 하나 손색없을 천연 가든에서 점심을 즐기자며 동행들을 독려하고 계곡을 치고 올라갑니다. 왼쪽엔 거대한 빙하가 냇물처럼 이뤄 흐르고 오른쪽으로는 푸른 거탑과 그 호위병 격인 산군의 뒷 자태를 감상하며 오르는 길. 시선 하나 두는 곳 마다 명경이 아닌 곳이 없고 점점 작아지는 옥색 노르덴스크홀드 호수의 풍경은 명인의 풍경화 그 자체입니다. 냉기 머금은 한 자락 광풍이 몰아 닥치면 멀리 낙하하는 폭포수가 그 강한 바람에 오히려 위로 솟구쳐 오르는 불가사의를 목격합니다.

하늘로 치솟는 폭포. 파타고니아의 바람이 부리는 마술같은 묘기입니다. 가슴에 가득 훈장을 달고 내려와 캠핑장 셸터에서 점심을 나눠먹습니다. 오늘처럼 쌀쌀한 날씨에 제격인 짬뽕 라면. 소주 한잔이 곁들여지니 이내 몸의 한기가 사라집니다. 식후 일행들을 먼저 출발시키고 최종 전망대까지 진군한 돌격대를 기다리며 양지바른 개울가로 옮겨 앉습니다. 맑고 고운 시내가 흐르는 곳. 그 청정한 파타고니아 빙하수에 의식처럼 발을 담그고 피로한 발을 보듬습니다. 바람이 잠들어 인애로운 파타고니아의 햇살이 은총처럼 내리는 날에 쳐다보면 설산 내려다 보면 옥색 호수 천하 명당에서 황제와 황후가 부럽지 않은 오수를 잠깐 즐깁니다.

4일간의 여정 마지막 숙소인 그란데 파이네 산장으로 가는 길. 20kg이 넘는 무게의 배낭을 메고 가는 어께죽지에 통증이 내려도 이처럼 꽃길을 따라 바람의 노래를 들으며 걷는 파타고니아의 길도 당연 행복한 고행의 길이 아닐까! 요즘처럼 날씨만 짓궂게 변덕부리지 않으면 파타고니아는 계절과 시간 뿐만 아니라 이 바람과 꽃향기 그리고 풀내음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내 걸음을 맞추어 볼만한 일입니다. 비록 혼자 걷는다해도 종일 불어대는 바람은 어쩌면 쓸쓸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함께 외로움을 나눌 친구가 될수도 있을 것입니다. 바람. 저도 외로워서 부는 것일테니까요. 그런 소소한 상념에 젖어 걷다보니 특별한 풍경속으로 들어온 우리를 발견합니다. UFO 같이 떠있는 구름. 정교하게 상하로 잘라 색깔이 생소하게 이색적인 거산의 모습.

비취빛 호수를 막고 있는 고사목 군락지. 그리고 그 아래 노랗게 흐드러진 엉컹퀴 꽃무리들. 파타고니아의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지니 분주한 길손의 발길을 여지없이 붙들어맵니다. 혼줄 놓고 파타고니아의 풍경 삼매경에 빠져 걷다보니 마침내 호숫가에 색색의 텐트들이 가을 단풍처럼 흩어진 중심에 소담스런 산장이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음이 내려다 보입니다. 고갯마루에 올라 시선을 그 산장 위로 던지니 우리를 반기는 축하의 의식처럼 서쪽하늘 붉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노을이 참으로 강렬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집을 떠나 생소한 길을 걸으면 구도의 철인까지는 아닐지라도 내 삶의 변화를 주기에는 충분한 고행이라도 기쁜 여정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한번 씩 닥쳐오는 시련마저도 기쁠 수 있는 이 길에서 그 위에 흩어진 내 삶들을 주워 차곡차곡 정리하는 시간을 얻기에 마땅히 마음이 넉넉한 나그네가 된답니다.

페호 호수를 건너와 그란데 파이네 산장으로 모여드는 바람을 맞으며 게으른 아침을 맞이합니다. 간밤에 미친듯이 불어대던 바람도 숨을 죽이고 촉촉하게 젖은 채로 떠오르는 아침햇살을 받아 새롭게 소생하는 모든 자연 속에서 시작하는 하루가 즐겁습니다. 바람이 모진 파타고니아의 날씨 예보는 아예 듣지도 보지도 않는 것이 낫다고 합니다. 낭패를 보기 십상이니 예측할 수 없는 것들 까지 모든 준비를 하고 트레킹에 나서라 조언합니다. 하루에 사계절을 모두 다 경험하는 이상한 나라. 바람의 나라. 그래도 치명적인 미를 간직한 채 기다리는 그레이 빙하의 수려한 자태를 떠올리며 길을 나섭니다. 그래도 멀고 험한 W 트레킹이 다행스런 것은 가파르게 치고 올라야 하는 길은 배낭을 맡겨두고 몸만 홀가분하게 다녀올수 있다는 선택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체력이 딸리는 이들은 어느 정도 까지 쉬엄쉬엄 올랐다가 적당한 곳에서 내려오면 되는 융통성이 부여되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레이 빙하 호수는 파이네 그란데. 프랜치 벨리는 이탈리아노 캠핑장. 파이네는 칠레노 산장에 의탁하면 등반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호수 빛이 회색이라 이름 붙여진 그레이 빙원과 호수 빙하를 보러 가는데 파이네 그란데 산장에서 시작됩니다. 호수 물은 석회질이 녹으며 생기는 현상으로 잿빛을 띠는데 너무나도 선명한 에메랄드빛의 빙하와 대비되어 더욱 신비미를 갖게 하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바람이 들려주는 파타고니아의 이야기를 들으며 목초지를 가로지르고 내를 건너며 계곡길을 따라 오릅니다. 야생화들이 들판에 지천으로 피어 장식을 하고 짦은 여름을 불사를 듯 붉게 물들어 있습니다. 피빛 꽃망울이 처절한 시루엘리요. 정복자들의 칼날 앞에 죽어간 이름 모를 원주민들의 낭자한 선혈이 맺힌 꽃 부루티지. 그래서 이것을 먹으면 다시 이땅에 돌아온다는 원주민의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린 갈라파테 머루가 몸을 낮추어 조심스레 피어있습니다. 우리는 그 열매를 따 먹으며 비타민 C도 보충하는데 이따금 이 이국땅에서 만나는 우리네 민들레가 참 정겹습니다.

여름을 다 채우기도 전에 어느새 성미 급한 가을은 나뭇잎새에 내려 주황의 가을 이미지를 영롱하게 빛나게 하고 있습니다. 뒤에 버티고 섰는 만년 설산과의 조화가 참으로 미려합니다. 시선을 두는 곳 어느곳이던 한푹의 풍경화가 아닐수 없습니다. 초점을 맞출 필요도 없이 구도를 잡을 필요도 없이 그저 아무데나 대고 셔터만 누르면 한폭의 풍경화가 되고 장인의 손에 그려진 명화가 되고 걸작품이 됩니다. 낯선 이방에서 낯선 풍경을 가슴으로 읽으며 바람이 인도하는 길을 즐겁게 걸어갑니다.

길은 외길. 별 특별한 이정표 없이도 수많은 트레커들이 밟고 가다 자연스레 만들어진 길을 따라 콧노래를 부르며 들판을 걸어갑니다. 특별히 가파른 길이 없는 이 코스는 한 시간 정도 가면 그레이 호수가 시작되고 또 한시간 더 가면 그 북서쪽 끝자락에 장구한 세월이 빚은 파이네의 빙하가 나타납니다. 거기서 두 시간을 더 가면 푸르스름한 빙원을 지척에 두고 감상하게 되는데 호수 주변에는 여름의 끝자락에 마지막 색을 발하는 파타고니아 부쉬 꽃이 동백꽃 보다 더 붉게 주변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한번 씩 몰아치는 강풍에 도래짓 하는 모습이 이 험난한 파타고니아의 자연환경에 아주 익숙한 것 같습니다만 우리 이방인들은 한번 씩 소스라치게 놀라며 애써 적응하려 노력합니다. 연평균 기온이 섭씨 9도. 아직까지는 아무리 노력해도 농작물의 재배가 불가능한데 들꽃들은 그 끈질긴 생명력으로 해거름이 없이 피고 또 핍니다. 바람에 대적하다 차마 못 이긴 나무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휘어져 있어 묘하고도 낯선 풍경을 선사합니다.

장대하게 펼쳐진 세계 3대 빙하 중의 하나인 이 파타고니아의 그레이 빙원을 마주하면서 이제 종주를 마감하는 실감이 들며 잘 해냈다며 신이 주는 포상 같습니다. 바람을 맞으며 오래동안 그 풍경을 감상하며 서로 열심히 사진들을 찍어주고 합니다.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행복한 순간입니다. 그리고 산장으로 돌아오는 길. 발길이 참으로 가볍습니다. 경쾌하기도 하고요. 그리도 그렸던 정인과의 상봉이기에 이 길에 행복과 기쁨이 가득하고 숱하게 갈등했던 지난 모든 것이 이 평화로운 정경 속에 고요히 남으며 또한 삶에 대한 온갖 바람도 미련도 회한도 모두 파이네의 바람으로 흩어집니다. 태평양에서 시작하여 파타고니아 서부를 지나온 냉혹한 바람에게 길을 내놓느라 마음껏 키를 키우지 못한 나지막한 관목들이 떠나는 우리를 애절하게 환송합니다. 자연 속 시간의 숨결이 흐르고 호반 물결의 노래가 온 누리에 퍼지는 파타고니아의 정경. 가슴이 멍해지는 행복한 길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가슴에 채우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이 파타고니아 미지의 나라를 걸으며 그 바람에 실려 날다 보면 세상 근심 모두 잊고 조금은 더 자유로울 수 있겠지하는 정직한 소망을 말입니다.

저 멀리 아득히 넘고 건너고 걸어서 지나온 길을 내려다 봅니다. 한번씩 살아온 인생길 되돌아 보듯이 힘겹게 올라온 길 되짚어 보며 무엇을 갈망하고 무엇을 절망하였던가를 반추해봅니다. 긴긴날 그리도 그리움의 대상이었던 파타고니아, 끝도 없이 광대하게 펼쳐진 그레이 빙하를 지척에 두고 만감이 교차합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망설임이 떠나지 않던 나약한 자신을 뛰어넘어 지구의 반을 돌고 계절의 반대편에서 미지의 땅을 밟고 미답의 길을 오른 우리들. 우리는 이 길 위에서 무엇을 배우고 느끼고 가슴에 채워 갈수 있을까? 또 무엇을 버리고 얻을수 있으며 무엇을 소망하고 무엇을 체념할 수 있을까? 끝없이 자신에게 묻고 또 묻습니다. 그 답은 당연 이 길위에 있었습니다. 이 파타고니아의 험한 길을 걸으며 나만의 정답과 나만의 인생 해법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그 답도 다양할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소중한 이 하나 뿐인 내 삶을 누구에게서나 존경받아야 할 내 생을 더이상 허접하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자기 성찰같은 것입니다. 오늘 이 세상의 끝에서 나의 새로운 도전은 또 다시 시작됩니다. 우리는 이길 위에서 뜨거운 열정을 불살랐고 영원히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을 기억을 새겼습니다. 이곳 파타고니아에선 오직 자연만이 주인이며 사람은 단지 바람처럼 흘러가는 객일뿐이니 그저 우리는 향기처럼 왔다 오늘 저 안개처럼 흩어져 주는 것이 자연을 위해 우리가 보답하는길. 울지 않고는 떠날수 없다는 이길을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을 소매자락으로 훔치고 우리는 하늘에게 대신 울어달라 청을 넣고 바람따라 돌아갑니다.


글쓴이
박춘기 - 트레킹여행 전문가
미주 트레킹 여행사는 미국의 심트부인 워싱턴에 본점을 두고 있으며 미주 북미, 중미, 남미 지역에 가장 아름다운 명산과 명산행로를 트레킹 하며 수중 세계가 미려한 캐리비언에서 스쿠바 다이빙과 관광 및 크루저 여행 그리고 미국 대륙 횡단 트레킹 여행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한국 내에서는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많은 트레킹 전문 여행사가 있습니다만 거의가 동남아나 유럽, 중국과 일본 등에 치우치고 있어 미주 쪽의 정보가 부족함을 인지하고 27년간의 미국생활과 그동안의 원정 산행 경험을 토대로 미주 트레킹을 설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마음은 있었으나 미주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혹은 전문 가이드가 없어 망설이셨다면 이제부터는 미주 트레킹에서 도와 드리겠습니다. 미주 트레킹은 전문 산악 가이드와 함께 건강하고 맛있는 산행을 추구합니다. 인원에 따라, 취향에 따라, 산행 능력에 따라 적절하게 맞추어 드리는 맞춤 트레킹 여행을 제공해드립니다. 식사도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모두 취사가 가능하며 참석하시는 분들의 기호와 식정에 따라 식단을 짜드립니다. 대부분의 숙소는 Cottage나 Cabin 산장 (한국의 팬숀 형태)을 선호하는데 독립숙소에서 참가자들만의 공간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제공해드립니다. 이 또한 호텔이나 콘도 등을 선호하시면 그렇게 해드리는 등 모든 일정을 원하시는 방향으로 맞추어 짜드려서 완벽한 만족과 즐거움을 전 일정 드립니다. 미주 트레킹은 고객 여러분들께 건강한 삶, 풍요로운 삶과 더불어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제공해 드리고자 늘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력합니다. 저희와 함께 하시는 트레킹과 여행. 언제나 살아가면서 웃음 머금고 꺼내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드릴 것입니다. 산과 바다 그리고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슴 설레면서 함께 떠날 명산 트레킹 여행! 이제 미주트레킹과 함께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