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세미티 트레킹 - 구름도 쉬어가는 클라우드 레스트 트레일 #2
요세미티 트레킹 - 구름도 쉬어가는 클라우드 레스트 트레일 #2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때로는 일상을 박차고 나와 길을 떠나게 합니다. 그것이 여행입니다. 그리도 마음속에 그려왔던 요세미티. 그 산봉, 그 산길. 숨 가쁘게 살아가는 세속을 탈출하여 분주했던 시간을 멈추고 가장 느리게 흐르는 시간과 만나기 위해 우리는 이곳에 와있습니다. 태고적부터 한 번도 깨어진 적이 없을듯한 정적만이 이 산 계곡에 고요히 흐르는데 그 균형을 깨트리는 소리. 어디선가 인기척이 들려오기에 화들짝 놀라서 새우잠을 자던 비박용 침낭에서 용수철처럼 튀어나왔습니다.

맹수일수도 있는 일. 경계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별빛이 아롱대는 산등성을 바라보니 일단의 무리들이 손전등을 비추며 산을 오르는 모습들이 땅과 하늘의 경계선에 또렷이 비춰집니다. 이 클라우드 레스트의 정상을 밟고 당일로 돌아오자면 이처럼 꼭두새벽부터 출발을 해야만 가능한 기나긴 코스입니다.

잠을 떨치고 큰 기지개를 켜면서 산중의 아침을 맞습니다. 이윽고 아침 햇살이 어두운 구석구석을 밝히며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 뽀얀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신비함을 더합니다. 식사준비에 여념이 없는데 어느새 산등성을 차고 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아 머리에 이고 있는 바위 정상이 더욱 빛나고 인적 드문 산의 품에서 태고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생명들이 하나둘 깊은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습니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는 하루. 오늘은 얼마나 걸어야 하는가? 16마일 정도라는 이동거리는 알아도 걸리는 시간은 예측할 수 없는 지난한 산길. 채비하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해 뜨면 걷고 해지면 잠을 자는 그래서 자연의 일부가 되는 트레킹. 붙잡고 있던 시간을 놓아버리고 그저 바람과 함께 흘러가는 산행. 하루만큼의 행복이 잔잔하게 고스란히 추억으로 아로새겨질 것입니다.

아침 정찬을 맛있게 듭니다. 밥심이 뒷받침이 되어줘야 장도의 고행을 견딜 수 있으니까요. 피로한 빛이 역력해도 미지의 세계와의 신선한 조우를 기대하는 얼굴들에는 가벼운 흥분 같은 들뜸으로 수다스럽기만 합니다. 주변 정리를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구름도 그 비경에 넋을 잃고 바라보며 쉬었다 간다는 오늘 오를 이 클라우드 레스트 산의 정상을 밟고 시간이 허락하면 해프돔 까지 오르기로 작정을 합니다.
한 끼 식량을 줄였다 해도 이슬에 젖은 취침장비들이 무거워져 어제보다 더 무거운 하중을 느끼게 합니다. 묵직한 어께선의 통증은 배낭끈을 이리 저리 움직여 조금씩 완화시키며 모두들 원을 그려 뭉쳐서 파이팅을 외치고 가벼운 첫 걸음을 내디딥니다. 설레는 마음에 초반 발걸음이 한층 가볍기만 합니다.

우리는 다 같이 순례자의 걸음으로 요세미티 정상의 산군 깊은 숨결 속으로 한발 더 들어갑니다.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되자 일행의 걸음에도 무게가 실립니다. 서서히 일어서는 언덕길이 더욱 가파르게 변합니다. 어느새 부턴가 일행은 말수가 적어지고 거친 숨소리만 곁을 따라옵니다. 오르면 오를수록 무엇인가가 위에서 눌러 내리는 듯 더욱 무거워지는 발걸음.
산행 경험이 적고 여행 목적으로 따라 붙은 두 명의 여성대원들이 보기에도 안스러울 정도로 뒤에 처져서 늦어집니다. 어차피 버릴 수 없어 함께 가야할 동행. 배낭속의 무거운 것들을 나누어지고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어깨를 누르는 통증은 한발 한발 힘겹게 오를 때마다 새롭게 나타나는 암봉과 더욱 광활하게 펼쳐내 보이는 요세미티의 절경을 보는 즐거움을 보속으로 여기며 견뎌냅니다.

우리는 정상과의 거리를 한발자국 씩 더 좁혀가며 함께 한 동행들과의 마음의 거리도 한 뼘 더 가까워집니다. 같은 곳을 향해 바라보며 같은 꿈을 꾸었던 이 장도의 여정. 아직도 갈 길이 먼 인생의 정상을 향해 오늘처럼 정으로 사랑으로 걸어가고 살아가리라 다짐합니다. 마주치는 시선에 부드러운 격려의 미소가 얼굴 전체로 번져갑니다.

얼마나 걷고 멈추어 쉬기를 반복하였던가? 하염없이 걷고 걷다보니 어느새 일행들의 거친 숨소리를 비집고 웃음이 새어나옵니다. 드디어 저만치 머리위에서 정상이 빙긋이 웃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지막 피치를 올립니다. 산에서의 거리는 정확하게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바로 눈앞에 있었는데 막상 다가서니 저만치 한 발치 물러서서 우리 인내심의 한계를 가늠해보는 듯합니다. 한결 가깝게 다가왔습니다. 비스듬히 길게 이어지는 클라우드 레스트의 정상. 어차피 정상을 보고 내려와야 하는 길이기에 배낭들을 벗어 갓길 바위에 가지런히 쌓아놓고 암반 능선을 따라 마지막 까지 진군을 합니다.

하늘과 맞닿은 땅. 하늘과 눈 맞춤 하는 땅. 흘러가던 구름도 바람도 잠시 쉬어 넘고 시간도 오래도록 속도감을 줄이고 기막힌 풍경 속으로 평화롭게 스며듭니다.

문명이 빗겨간 원시의 땅. 인간의 발길을 거부한 순수한 대자연의 속살을 마주합니다. 억겁의 세월도, 광폭한 천재지변도 함부로 헝클어 놓지 못해 아직까지도 단정하게 서있는 산. 맹렬한 지각변동과 냉혹한 빙하가 빚은 거대 바위들이 어우러진 태고의 자연. 그 아름다운 품속으로 빨려들듯 다가섭니다. 눈앞을 가로막는 장엄한 암산. 거대한 바위를 서너개 올려놓으면 이천 삼천 높이의 산이 되어버린 곳.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를 압도해버리는 요세미티의 산군들. 산정마다 웅장한 조각품을 전시해놓았습니다. 자연의 경이, 해프돔도 발아래 지척에 보이는 360도 조망이 가능한 이 정상에서 우리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세상의 언어로는 묘사할 수 없는 그 무엇에 눌려서..

천이백 미터를 내려가야 하는 하산이 시작됩니다. 이어지는 바위길 돌밭 길은 속도를 낼 수도 없지만 꼬불꼬불 이어진 길을 걷는 일행의 모습은 신중하다 못해 경건하기까지 합니다. 흰색의 사암덩이에 꽂히는 햇살은 눈부시게 빛나고 매섭게 따가운 햇볕을 벗어나 어서 저 숲길로 들어서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으로 발길을 재촉합니다. 물이 귀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이 코스에서 이쯤에서 우리들의 물병이 모두 비어져 있었습니다.

한도 끝도 없던 돌밭 길을 지나 숲길로 들어서니 실낱같은 물줄기가 길을 가로질러 흐르는 것을 발견하고 우리는 그 물을 따라 올라가니 거기엔 오아시스 같은 작은 수원지가 있어 한방울 한방울 소중하게 빈 물병마다 채워 갈증을 해소합니다. 우리만큼 갈증에 시달린 미국 친구들도 달려들어 약수를 마시고 채웁니다.

내친 김에 그 자리에서 점심도 해결하니 밀려드는 피로에 명령도 않았는데 모두 자리 깔고 한숨씩 잠을 청합니다. 삼십분 정도였지만 꿈결처럼 너무도 달콤한 오수를 즐기고 다시 하산을 하는데 한걸음 더할 때 마다 오른 편에 선명하게 서있는 해프돔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이정표에 “해프돔 가는 길”이라고 씌어져 있는 갈림길에서 우리는 갈등을 합니다. 해프돔을 보기위해서는 캠핑장에서 하루를 더 야영해야 하고 포기한다면 바로 하산하여 비단금침에 쌓여 잘 수 있는 기로에서.. 대다수의 의견이 해프돔은 더 높은 곳에서 충분히 보며 감상했으니 그대로 하산하여 산행을 마감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어느덧 해는 서산으로 기울고 땅거미가 하나둘 짙게 기어드는 시각, 네바다 폭포를 가로질러 행복한 웃음 머금고 걷게 되는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길 중의 하나인 HAPPY ISLES 협곡이 옅은 저녁안개 속에서 신기루처럼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오늘의 여정을 갈무리 할 시간. 폭포의 상류에 걸쳐 놓은 다리를 건널 때 황혼아래 붙박아둔 마지막 태양도 신과 자연이 함께 빚어놓은 지극히 수려한 풍광을 두고 쉬이 지지 못하고 긴 그림자만 드리웁니다. 난간에 서서 낙조에 물들어가는 골짜기를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릴없이 내려다봅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낯선 곳, 낯선 시간 속에서 그동안 잊고 살았던 내 소중한 것들과 만나는 작업입니다. 이렇게 산에 올라보면 세상사 모두 잊어버리고 그저 자연의 시간에 맞추어 호흡하는 순간이라 더없이 행복한데 더욱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있으니 얼마나 기쁜 삶의 축복이겠습니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행복을 쫒아 살기보다는 주어진 작은 행복이라도 누리며 살줄 아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차라리 흐르는 시간에 메일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찰나에 충실하며 사는 삶. 그런 의미있는 것들이 모여 미래라는 것을 쌓아가는 건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을 일시에 불태워 버리려는 강렬한 황혼을 바라보는 지금 이 순간 세파에 생채기 난 너덜거리는 내 가슴 한껏 품어주며 나지막이 들려주는 요세미티 거대 바위산의 위안이며 가르침입니다.


글쓴이
박춘기 - 트레킹여행 전문가
미주 트레킹 여행사는 미국의 심트부인 워싱턴에 본점을 두고 있으며 미주 북미, 중미, 남미 지역에 가장 아름다운 명산과 명산행로를 트레킹 하며 수중 세계가 미려한 캐리비언에서 스쿠바 다이빙과 관광 및 크루저 여행 그리고 미국 대륙 횡단 트레킹 여행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한국 내에서는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많은 트레킹 전문 여행사가 있습니다만 거의가 동남아나 유럽, 중국과 일본 등에 치우치고 있어 미주 쪽의 정보가 부족함을 인지하고 27년간의 미국생활과 그동안의 원정 산행 경험을 토대로 미주 트레킹을 설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마음은 있었으나 미주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혹은 전문 가이드가 없어 망설이셨다면 이제부터는 미주 트레킹에서 도와 드리겠습니다. 미주 트레킹은 전문 산악 가이드와 함께 건강하고 맛있는 산행을 추구합니다. 인원에 따라, 취향에 따라, 산행 능력에 따라 적절하게 맞추어 드리는 맞춤 트레킹 여행을 제공해드립니다. 식사도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모두 취사가 가능하며 참석하시는 분들의 기호와 식정에 따라 식단을 짜드립니다. 대부분의 숙소는 Cottage나 Cabin 산장 (한국의 팬숀 형태)을 선호하는데 독립숙소에서 참가자들만의 공간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제공해드립니다. 이 또한 호텔이나 콘도 등을 선호하시면 그렇게 해드리는 등 모든 일정을 원하시는 방향으로 맞추어 짜드려서 완벽한 만족과 즐거움을 전 일정 드립니다. 미주 트레킹은 고객 여러분들께 건강한 삶, 풍요로운 삶과 더불어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제공해 드리고자 늘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력합니다. 저희와 함께 하시는 트레킹과 여행. 언제나 살아가면서 웃음 머금고 꺼내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드릴 것입니다. 산과 바다 그리고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슴 설레면서 함께 떠날 명산 트레킹 여행! 이제 미주트레킹과 함께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