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캐년 종주 트레킹 - 그랜드 캐년 노스카이밥 트레일
미국 3대 캐년 종주 트레킹 - 그랜드 캐년 노스카이밥 트레일

GRAND CANYON. North Kaibab Trail 하산길.
산이 높을수록 골은 더욱 깊고 골이 깊을수록 물은 더욱 맑으며 그리움이 깊을수록 마주하는 기쁨 또한 더욱 큽니다. 그리도 그리워했던 그랜드 캐년 노스림의 브라이트 엔젤 전망대에 올라 장엄하게 펼쳐진 산하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내려다봅니다. 인류보다 더 먼저 존재해왔던 산. 숨이 막힐 듯 아름다운 절경이 태초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채 수 억년의 오랜 시간 속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푸른 하늘과 대지 위를 메운 것은 산이며 절벽이며 구름이며 바람입니다.

로지에서 산객들을 위해 마련한 천연지하수와 얼음 등을 채워서 기나긴 장도에 오를 준비를 하고 센터에서 그리도 얻기 어려운 그래서 6개월 전에나 신청해야 가능한 허가증을 마침 해약을 한 이들이 있어 가까스로 발급을 받아 드디어 트레일 헤드에 당도하였습니다. 뜨거운 태양의 열기가 한풀 꺾인 늦은 두시. 왕복 30마일이 넘는 기나긴 노스 카이밥 트레일을 하루 반 만에 완주하기 위하여 모두 전의를 불사르며 힘찬 행보를 다짐합니다.

진입로 초입에는 재미삼아 걸어보려는 이들과 전문 하이커들 그리고 노새를 탄 행렬들이 어수선하게 길을 메우고 있고 깊은 관목 숲은 방향감각마저도 잃어버리게 합니다. 한없이 늑장을 부리는 노새의 행렬들을 지나치려 하는데 인솔자가 황급히 우리를 저지합니다.

말이 놀랄 수 있으니 멀찌감치 따라오다가 적당한 곳에서 추월하게 해준다 합니다.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한동안을 그들 뒤를 따라 느릿느릿 가는데 싸질러 놓는 오물들이 여간 불쾌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자연을 어떤 의도로 이렇게 훼손하고 있는가 하는 분노가 일기 까지 합니다만 이내 체념 같은 이해심을 품고 숲 사이로 잠깐씩 펼쳐지는 암봉천해를 감상하며 여유있게 걷습니다. 이윽고 어느 지점에서 노새의 행렬은 멈추고 우리를 보내주는데 고맙다는 인사를 기다리는 인솔자에게 대신 원망과 멸시의 차갑고도 매서운 눈길로 째려보고 지나칩니다.

계절을 거스른 봄꽃들이 여름이 더디오는 고원의 노스림 주변에 아름답게 피어있고 푸르름을 더해가는 관목들이 오존 내음을 품은 맑디맑은 공기를 품어내니 산길은 쾌적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가파르게 경사진 길을 조심스레 내려가면서 천하를 주유하듯 한껏 여유를 부리면서 산수를 희롱하려 합니다. 산길은 홀로 가면 성찰길이요 둘이가면 대화행이고 여럿이 가면 친교행이라 했는데 흩어진 삶을 한 점 산으로 모아 그 기쁨을 더하게 하는 단체 산행. 올망졸망한 나이의 동년배들이 함께 이 길을 가니 나름의 즐거움이 또한 배가됩니다.

꽃길을 따라 자연이 주는 음악소리에 맞춰 터덜터덜 한참을 내려가니 어느새 코코니노 전망대에 이르렀습니다. 발아래 펼쳐지는 그랜드 캐년의 장엄한 비경. 초록이 어루만져 수억년 바위도 조금은 무디어진 채 병풍처럼 협곡을 에워싸고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계곡으로 물과 바람 그리고 깊은 산과 골이며 자연이 이루는 모든 것이 그 속에 있습니다. 창망한 풍광을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다 보다 지나며 일깨우는 바람소리에 정신을 차려 발길을 재촉합니다. 열심히 발품을 팔아야 9시경에나 도착할 수 있는 최저점, 콜로라도 강. 산자수명의 수려한 풍광을 품고 걸으니 초조함이 없습니다.
웅장한 기세로 산하를 포용하는 거대 직벽들, 빛깔로 말하는 푸른 초목들, 소리로 말하는 계곡물소리와 느낌으로 말하는 바람소리, 우리에게 전해오는 이 자연의 소리를 오감을 활짝 열어두고 다듬어지지 않은 천연의 길을 갑니다. 1차 종주때 노스림을 홀로 올랐던 정병례 회원의 감회어린 노스카이밥 트레일의 촌평에 따르면 이전에 함께 다녀온 캐나다 로키나 그랜드 티톤을 모두 모아도 이것보다는 못하다던 찬탄이 기억되면서 캐년의 비경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여기에는 장가계가 있고 황산이 있고 로키가 있고 카니발루가 있고 히말라야가 있었습니다.

그랜드 캐년만이 간직한 독특한 산세를 둘러보고 숨 막히는 산하를 굽어보며 잠시 숨을 고르며 늦은 점심을 즐깁니다. 소박한 식단, 산에서 먹는 하찮은 음식이지만 그렇게 꿀맛일 수 없습니다. 이 아름다운 신들의 정원에서 나누는 오찬. 그간의 여독이 말끔히 벗겨집니다. 시나브로 지나치는 산객들이 반가운 인사를 전하고 산그늘 깊은 곳의 휴식은 비단결처럼 감미로운데 짝을 지은 콘도르들이 협곡의 봉우리 위를 한가로이 비행을 하며 맴을 돕니다.

신비로운 천연의 굴 Supai Tunnel을 지나고 적벽이 둘러싼 계곡을 가로지른 Redwall Bridge를 건너고 맹렬하게 쏟아내는 Roaring Springs에 이를 때 까지는 가파른 비탈길로 천미터를 내려가는 길입니다. 200파운드의 무거운 체중이 무릎에 모두 실리니 아무리 내 몸이라도 여간 미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람을 감고 도는 산모퉁이에서 결코 지칠 수 없는 여정을 잠시 멈추고 눈앞에 다가선 비경을 감상합니다.

로링 스프링스, 이름 그대로 노호하는 샘물인데 깎아내린 절벽 틈바구니에서 어디서 저리도 넘치도록 많은 물들이 모여 내리는지 불가사의한 풍경을 연출해보입니다. 그 물은 협곡의 골마다 적시며 흘러가 콜로라도 강에 보태어지는데 이름마저도 성스럽기까지 한 브라이트 엔젤 시냇물입니다. 반가운 해후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신발을 벗고 청정한수에 발을 담그고 족욕의 휴식을 즐깁니다.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전해져 오는 상쾌함이 땀에 젖은 몸마저 말려줍니다. 서산에 비낀 햇살이 구름 속에서 나와 갈 길이 멀다하고 일러 줍니다.

다리를 건너 해를 오른편 가까이에 두고 이제는 여유있는 평원을 가볍게 걷는데 청아한 물소리를 내며 냇물도 함께 따라 걷습니다. 꽃과 풀과 나무와 돌 그리고 그들과 함께 공생하며 살아가는 온갖 생명체들, 스치는 모든 것들과 인연을 맺으며 그 아름다운 길을 걸어가니 우리도 자연과 하나 되어 깊이 동화되어 갑니다.

계절을 건너 무더운 여름 속으로 진입하니 선인장들이 언제 개화를 하여 또 져버렸는지 화무십일홍의 처참함으로 너부러져 있습니다. 어둠이 다가오기 때문인지 풀벌레 소리 요란하고 새들도 부산하게 쏘다닙니다. 마음만 앞선 산행 길에 저만치 팬텀랜치 에서는 저녁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진한 음식 향내를 풍기는 듯한 착각이 입니다.

서녘에 드리운 산그늘이 더욱 짙어만 가는데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를 그린다는 그랜드 캐년의 석양을 보기위한 조바심이 다급해진 잰걸음에 보폭마저 넓어집니다. 그래도 양편으로 펼쳐진 기암절봉들이 표현하는 온갖 형상들에게 우리는 합의하에 다양한 작명을 해줍니다.

성화 봉, 곰돌이 푸, 여인 봉, 남근 봉 등등, 협곡을 휘감아 돌며 어느 하나도 닮은 것이 없는 조물주의 작품에 찬탄을 금치 못하며 피곤하도록 좌우 목운동을 합니다. 저 모퉁이를 돌면 종착점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돌아가면 또 다른 계곡이 펼쳐지고 또 그것이 반복되고 하면서 그랜드 캐년의 협곡은 좀처럼 끝나려 하지 않습니다. 발목에 묵직한 추를 달아놓은 듯한 무게만큼 피로가 쌓이면서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이 가볍지가 않습니다. 지친 여정, 뒤돌아보면 동행이란 아름다운 이들의 눈길과 마주칩니다.

옅은 미소로 서로를 격려하며 어둠이 서서히 내리는 캐년을 하염없이 내려갑니다. 이처럼 새로운 모험을 찾아 길을 떠나는 것은 지금보다 더 새로운 나를 찾아가고 그리고 더 나은 나를 만들러가는 여정입니다. 내가 정한 그 종착점에 이르면 더욱 생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되기에 우리는 그 미지의 길을 찾아 떠납니다.

내 인생을 살아가면서 혹독하리만치 어려운 고난이 닥쳐올지도 모르는데 지금 이 순간 이 한계의 벽을 넘고 나 자신을 넘었던 나를 기억해내고 그 역경을 견디어 나갈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산을 그리워하고 또 산을 오릅니다.

아무래도 다급한 마음에 일행을 뒤로 두고 달음박질로 콜로라도 강으로 향합니다. 가슴과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캐년의 석양이 보고파 혼자 내달립니다. 검은 서산 뒤로 붉게 타오르는 태양빛이 가까이 다가와 유혹하고 있는데 인간이 낼 수 있는 보속의 한계를 실망하며 그래도 최선을 다해 내달립니다. 어둠은 더욱 짙어가고 가까스로 9시경에 랜치에 다다랐으나 첩첩한 산으로 막힌 서녘은 그저 붉게 달구어진 하늘만 드리우고 있을 뿐 그 사진 속에 본 황혼의 비경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허탈한 마음에 몸마저 쇠잔해져 길섶에 쓰러져 누워버립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오가는 이들의 손전등빛이 수런수런한데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그랜드 캐년의 낙조가 꿈결처럼 아련하게 그려집니다. 귀에 익은 언어로 떠드는 일행들이 다가왔을 때 그때서야 선잠에서 깨어나 동무들을 맞습니다. 길가에 허접하게 마련된 피크닉 테이블을 하나 얻어 걸쳐 정찬을 마련합니다. 라면을 끓이고 햇반을 데워 이런저런 밑반찬으로 마련한 늦은 저녁을 온갖 무용담과 함께 또 그 수다만큼 맛있게 마감하고 잠자리를 마련하는데 열대야처럼 무더운 날씨에 텐트를 치는 것이 오히려 더 더울 것 같아 숫제 메트리스 위에 텐트를 덮고 자버립니다.

내일을 위해 그리 이르지도 않은 잠을 청하는데 쉬이 잠들지 못하는 것은 17마일의 거리에 1.800미터의 높이를 하루 만에 올라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만이 아니라 음식을 훔치려는 오소리며 삵 같은 들짐승의 습격에 대한 염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지한 사실이지만 모든 배낭을 높이 메달아 놓았는데도 날쌘돌이 놈이 쉽게 접근하여 신발을 던지며 쫒아내어야만 했었습니다. 그래도 밤은 소리없이 익어가고 더욱 가까워진 밤하늘엔 별빛이 찬란하게 빛나며 신혼의 허니문처럼 밤을 설레게 합니다.

간단없이 일정한 소리로 흐르는 시냇물소리에 열대야의 무더위도 녹아내리고 롯지와 텐트의 간이 전등불빛도 하나둘 꺼져가며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도 점점 간헐적으로 들리더니 어느덧 그랜드 캐년 가장 낮은 곳의 밤은 오늘의 산 이야기를 접어두고 적막속으로 깊어갑니다.


글쓴이
박춘기 - 트레킹여행 전문가
미주 트레킹 여행사는 미국의 심트부인 워싱턴에 본점을 두고 있으며 미주 북미, 중미, 남미 지역에 가장 아름다운 명산과 명산행로를 트레킹 하며 수중 세계가 미려한 캐리비언에서 스쿠바 다이빙과 관광 및 크루저 여행 그리고 미국 대륙 횡단 트레킹 여행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한국 내에서는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많은 트레킹 전문 여행사가 있습니다만 거의가 동남아나 유럽, 중국과 일본 등에 치우치고 있어 미주 쪽의 정보가 부족함을 인지하고 27년간의 미국생활과 그동안의 원정 산행 경험을 토대로 미주 트레킹을 설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마음은 있었으나 미주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혹은 전문 가이드가 없어 망설이셨다면 이제부터는 미주 트레킹에서 도와 드리겠습니다. 미주 트레킹은 전문 산악 가이드와 함께 건강하고 맛있는 산행을 추구합니다. 인원에 따라, 취향에 따라, 산행 능력에 따라 적절하게 맞추어 드리는 맞춤 트레킹 여행을 제공해드립니다. 식사도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모두 취사가 가능하며 참석하시는 분들의 기호와 식정에 따라 식단을 짜드립니다. 대부분의 숙소는 Cottage나 Cabin 산장 (한국의 팬숀 형태)을 선호하는데 독립숙소에서 참가자들만의 공간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제공해드립니다. 이 또한 호텔이나 콘도 등을 선호하시면 그렇게 해드리는 등 모든 일정을 원하시는 방향으로 맞추어 짜드려서 완벽한 만족과 즐거움을 전 일정 드립니다. 미주 트레킹은 고객 여러분들께 건강한 삶, 풍요로운 삶과 더불어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제공해 드리고자 늘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력합니다. 저희와 함께 하시는 트레킹과 여행. 언제나 살아가면서 웃음 머금고 꺼내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드릴 것입니다. 산과 바다 그리고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슴 설레면서 함께 떠날 명산 트레킹 여행! 이제 미주트레킹과 함께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