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아름다움에 몸서리쳐지는 산행길 Cascade Canyon Trail
태초의 아름다움에 몸서리쳐지는 산행길 Cascade Canyon Trail
태초의 아름다움에 몸서리쳐지는 산행길 Cascade Canyon Trail

1929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년간 5백만의 관광객이 발자국을 남기는 미 서북부 와이오밍주에 소재한 그랜드 티톤. 일률적인 락키 산맥 창조에 신물난 조물주의 장난기가 발동하여 한 웅큼 쥐고 던져버린 곳에 형성된 그랜드 티톤은 4200미터에 육박하는 주봉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늘어서 있는 설산고봉들의 장관은 옐로스톤을 훨씬 능가한다고 산사람들은 그렇게 평가해줍니다.

티톤 (Teton)은 프랑스 말로 여성의 젖무덤을 뜻하는 말로 옛날 프랑스 사냥꾼들이 이 지역을 발견하고 산봉우리 모양을 따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날카롭게 서 있는 그랜드 티톤의 고봉들은 빙하가 남기고 간 아름다운 호수와 어우러져 아찔한 풍광을 제공하는데 공원 안에 들어가면 수려한 하이킹 코스들이 산객들을 반가이 맞이합니다.

화창한 가을 날씨입니다. 양떼구름은 티톤의 산마루를 휘감고 청자 빛 고운 하늘은 푸르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황금빛 들판을 가로 질러 달려가는 차창 밖으로는 새벽안개가 짙게 피어오르고 하얗게 덮인 서리는 깊어가는 가을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티톤 지역에서 방문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 캐스캐이드 캐년 트레일을 오르기 위해 길을 나선 것입니다. 호수가 있고 폭포가 있으며 단풍으로 가득한 계곡이 있고 그림 같은 벼랑이 버티어 있는 절경을 품은 산행로입니다.
그랜드 티톤의 삼봉이 그대로 옥수에 비치는 티 없이 맑은 제니호를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페리를 타고 건너면서 산행은 시작이 됩니다. 수길 바닥까지 투명하게 비치는 호수를 바라보며 내 영혼마저도 말끔히 세척되는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세파에 찌든 인습과 혼탁한 마음들이 공허하도록 비워지는 순간입니다.

잔잔한 호수에 긴 여울을 남기며 가로지르는 페리를 타고 호수위에 투영된 아름다운 삼봉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이 순간 티톤의 한 공간에 우리가 있음을 더없는 기쁨으로 여기고 자족의 긴 함숨을 들이킵니다.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의 길이는 40마일, 폭은 9마일이며 공원 내 가장 높은 산은 Signal 봉으로 4,200미터에 달하며 등산로는 200마일 가량인데 이곳 산들의 정상을 오르는 모든 코스들이 험준하기로 정평이 나 있으며 스위스의 알프스 산들과 비교될 만큼 주변 경관이 빼어나기로 또한 이름이 나있습니다. 8개의 호수가 포진한 공원 내 가장 큰 잭슨 호수의 동쪽에 있는 시그널 마운틴에 올라서면 일렬로 도열한 티톤의 거봉들이 시계에 차면서 그림같이 아름다운 호수들을 눈 아래로 다 내려다 보입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티톤에 우뚝 솟아있는 산들은 모두 만년설을 입고 있는데 찬란한 햇살이 그 위로 쏟아져 내리니 설봉들은 마치 보석처럼 빛납니다. 4천 미터가 넘는 높은 산봉우리들의 웅대한 원초적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긴 채 황홀경에 빠져드는데 어느새 페리는 동쪽 선착장에 다다르고 하선에 부산한 인파들의 외침에 깨어납니다.

오늘 호수를 가로질러 선착장에 발을 내디디며 시작되는 등산은 인스프레이션 포인트까지 기암과 괴석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포메이션과 시원스레 흘러내리는 계곡의 물줄기 그리고 들꽃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천상의 풍경 속에서 신선이 되어 선경을 희롱하며 캐스캐이드 캐년을 오르는 하루입니다.

저 멀리에는 오늘 우리들이 안길 시그널 산의 후미가 넓은 가슴을 열어두고 기다리고 있는 듯합니다. 좌측으로 콸콸콸 쏟아져 내리는 시원스런 물줄기가 산중 가을의 청량감을 더해주고 실족을 염려하여 길게 세워둔 나무 난간을 잡고 오르니 훨씬 수월함에 내심 감사한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하는데 이내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발을 멈추고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쪽빛 하늘은 우유색 구름을 보듬고 깔끔하게 펼쳐져 있고 희끗한 눈을 이고 선 시그널 산이 준엄하게 산하를 호령하고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는 그 풍경화 속 미완의 여백을 채워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발길을 재촉해 물길 따라 나그네가 되어 구름처럼 흐르는데 샛길로 난 이정표에 히든 폭포의 표식이 있음을 인지하니 그때서야 폭포가 직하하는 우렁찬 소리가 지척에서 들여오고 있었습니다. 이슬의 하중으로 쳐진 가을 잎들을 재치고 길을 들어서니 저만치서 길게 뻗어 내리는 물줄기가 시계에 들어왔습니다.

땀에 젖은 등골마저도 오싹하도록 시원스런 물 잔치였습니다. 다시 길을 더듬어 오르니 천연으로 만들어진 돌계단이 제법 길게 늘어서 있고 그리 단단해 보이지는 않는 절벽을 따라 오르는 광경을 뒤쪽에서 바라보니 마치 중국 장가계의 직벽 외길을 걷는 듯한 수려한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 계단을 어렵사리 오르는 우리에게 산은 커다란 선물을 준비해두고 있었습니다. 인스프레이션 포인트. 산과 물과 하늘과 구름 그리고 꽃과 나무들. 이 모든 자연의 큼직한 아이콘들이 모아 신이 재주부린 걸작을 남기는데 시야에 반쯤 차는 호변으로 하늘과 바위와 구름이 그 구도와 색의 조화를 완벽하게 과시하니 명경중의 명경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지난날의 모든 노고가 봄눈 녹듯이 풀리는 듯했습니다.

너나없이 서로 한 컷이라도 더 사진을 찍기 위해 시장 북새통을 이루고 또 친절한 금자 씨들이 서로 찍어주겠노라고 산을 닮은 아량을 베풀어도 줍니다. 티톤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제니호의 우아함이 저만치서 빛나는데 덤으로 주어지는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물결에 반사되면서 주옥같은 반짝임이 찬사를 금할 길이 없는 절세의 풍광이었습니다.

전날 10시간의 산행에 무리를 느낀 일행 두 명을 이 지점에 두고 다시 산을 오릅니다. 침렵수들의 기세에 눌려 주눅이 든 키 작은 활엽수들의 앙증스런 단풍을 귀엽게 봐주며 수많은 산객들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 올라가니 저만치서 다시금 평화의 상징처럼 어느 달력에서나 봄직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빙하가 보탠 강물이 굽이굽이 흐르다 멈춘 넓은 삼각주엔 모래톱이 바람과 물결이 지나면서 새겨져 있고 휘돌아 가는 물줄기를 따라 만들어진 둔덕에는 갈대가 바람에 일고 있었습니다. 찬란한 가을 햇살 아래 거대한 무스 한마리가 한가로이 눕다시피 앉아서 산수를 휘돌아 희롱하다 취해버린 몽롱한 눈으로 우리의 일행을 별 생각 없이 쳐다보고 있습니다.

갖은 색의 물감을 죄다 뿌려놓은 듯한 현란한 색의 향연이 저 산중턱에서 펼쳐지고 맑고 고운 물결은 때로는 황급히 때로는 여유롭게 산 아래 제니를 향해 간단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태고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 그 모습을 간직한 채 말입니다. 이처럼 내 마음도 항상 평화로울 수 있다면 하는 소박한 꿈을 빌어보고 길을 재촉합니다.

산이 산다울 때 그 산을 찾는 산객들은 더욱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허걱거리는 부대낌도 있어야 산행을 하는 맛이 나고 고난과 고통 뒤에 얻어지는 마음의 정화 또한 산이 산다울 때 더욱 많은 법입니다.

어느덧 티톤의 깊숙한 후미로 접어든 우리에게 시그널 산은 난처한 자신의 뒤태를 마침내 공개하는데 정상에는 만년설이 서슬 푸르게 색을 발하고 굴러 내린 낙석들이 돌산을 이루어 우리의 발길을 더디게 합니다. 서녘 비탈에는 햇살 받은 수목의 잎들이 소슬바람에 흔들리며 찬란하게 그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불타도록 빛나는 가을빛이었습니다. 어느 하나도 스스로 완벽할 수는 없는 법. 빛이 가해지면서 하늘이며 구름이며 산이며 나무들도 그 찬연한 색을 발할 수 있는 공존의 자연 법칙을 배웁니다.

정상에 이르러 올라온 길을 뒤돌아봅니다. 때로는 가파른 경사에 힘들어 하고 미끄러져 엉덩방아도 찢고 때로는 순탄한 길을 걸으며 파안대소로 즐겁던 길. 우리네 인생입니다. 살다 보면 항상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는 법. 힘겹게 등산을 하면서 다시 즐거운 하행의 길이 있음을 잘 알기에 그런 기대와 기다림으로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법을 배웁니다. 이렇게 일상을 덮어버리고 달려와 오르는 산행 길. 우리의 지나온 삶을 반추해보며 자신만의 성찰의 시간을 갖는 의미깊고 은혜로운 순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산을 오릅니다.

이 해맑은 자연 속에 나를 던지고 내 지나온 삶의 모습도 모두 보이는 것 같아 왜 나는 지난난들을 그렇게 어리석게 살았느냐고 반문도 하고 앞으로 살아갈 지혜도 구하는 것 그래서 우리는 길을 나서고 또 그 길을 오늘도 걷습니다. 길을 가면서 그 길에서 생각하고 또한 그 길에서 답을 구합니다.

연이은 산행에 지친 육신을 풀기위해 옐로우스톤 맘모스 지역의 노천 온천으로 향했습니다. 수증기가 곳곳에서 솟아나는 맘모스를 통과해 온천으로 향하는데 호텔과 편의시설이 모여있는 중심거리에 떼거리로 나타난 엘크 때문에 잠시 소동이 있었습니다. 길과 주차장을 점거해버린 이들을 해산시키느라 레인져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캠핑장을 지나 계곡으로 내려가니 가드너 강이 힘차게 흘러 내려가는데 다리 옆에 난 작은 주차장에 주차하고 강을 따라 온천을 향했습니다.

반마일을 걸어 올라가니 나신들이 몇 있는 강변에 희뿌옇게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맘모스 온천 지역에서 나뉜 지류가 이 강물에 보태지는 천연 노천탕이 있었습니다. 어느새 차가워진 산중의 기온을 떨치고 물속에 뛰어듭니다. 온천수는 100도는 훌쩍 넘는 듯 했고 너무 뜨겁다 싶으면 강쪽으로 이동하면 자동 온도 조절이 되고 땀에 흠뻑 젖으면 성큼 엉덩이를 옮기면 냉탕이 되는 정말 신기하도록 특이한 노천 천연목욕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적정온도 지점에 비스듬히 누워 한없는 자족을 온몸으로 누리고 있는데 저편 서녘으로 떨어진 해는 마지막 자주색으로 타오르면서 이내 보라색 하늘을 드리웁니다. 산그늘 끝자락에 어둠이 스믈스믈 기어오고 반은 더 감은 눈까풀엔 노독이 짙어가지만 이 순간 저리도 아름답게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부러울 것 없는 삶의 희열을 발산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더없이 넓어지는 마음, 이 세상 모두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순간. 뽀얀 김이 피어오르는 저편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다정한 동행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옆에 나란히 누워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내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꼬옥 잡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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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트래킹 여행사: 540-847-5353


글쓴이
박춘기 - 트레킹여행 전문가
미주 트레킹 여행사는 미국의 심트부인 워싱턴에 본점을 두고 있으며 미주 북미, 중미, 남미 지역에 가장 아름다운 명산과 명산행로를 트레킹 하며 수중 세계가 미려한 캐리비언에서 스쿠바 다이빙과 관광 및 크루저 여행 그리고 미국 대륙 횡단 트레킹 여행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한국 내에서는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많은 트레킹 전문 여행사가 있습니다만 거의가 동남아나 유럽, 중국과 일본 등에 치우치고 있어 미주 쪽의 정보가 부족함을 인지하고 27년간의 미국생활과 그동안의 원정 산행 경험을 토대로 미주 트레킹을 설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마음은 있었으나 미주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혹은 전문 가이드가 없어 망설이셨다면 이제부터는 미주 트레킹에서 도와 드리겠습니다. 미주 트레킹은 전문 산악 가이드와 함께 건강하고 맛있는 산행을 추구합니다. 인원에 따라, 취향에 따라, 산행 능력에 따라 적절하게 맞추어 드리는 맞춤 트레킹 여행을 제공해드립니다. 식사도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모두 취사가 가능하며 참석하시는 분들의 기호와 식정에 따라 식단을 짜드립니다. 대부분의 숙소는 Cottage나 Cabin 산장 (한국의 팬숀 형태)을 선호하는데 독립숙소에서 참가자들만의 공간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제공해드립니다. 이 또한 호텔이나 콘도 등을 선호하시면 그렇게 해드리는 등 모든 일정을 원하시는 방향으로 맞추어 짜드려서 완벽한 만족과 즐거움을 전 일정 드립니다. 미주 트레킹은 고객 여러분들께 건강한 삶, 풍요로운 삶과 더불어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제공해 드리고자 늘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력합니다. 저희와 함께 하시는 트레킹과 여행. 언제나 살아가면서 웃음 머금고 꺼내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드릴 것입니다. 산과 바다 그리고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슴 설레면서 함께 떠날 명산 트레킹 여행! 이제 미주트레킹과 함께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