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한 영산 세인트헬렌스 (Mt. Saint Helens) 트레킹
불가사의한 영산 세인트헬렌스 (Mt. Saint Helens) 트레킹

살다보면 한번 씩 내가 짊어지고 가는 삶 모두를 오롯이 내려놓고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자연에 귀의하여 살아가고플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무념 무상의 경지는 아니더라도 거저 각박하고 번잡한 일상들만이라도 잊어버리고 한동안을 문명을 등지고 지내고 싶을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손에서 벗어날 줄 모르는 핸폰. 하루를 시작하며 아침과 함께 여는 컴퓨터 인터넷. 그리고 살아가는 방편으로서의 잡다한 업무들..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스트레스라고들 합니다만 어찌하였건 이러한 반복된 피곤한 삶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이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산천 경계 좋은 곳에서 푹 심신을 쉬게 하고 싶은 정직한 욕심. 자연과 함께 대화하고 산길 숲길을 걸으며 또한 자신과도 대화하면서 밤이면 조촐한 주안상 마련해놓고 휘영청 밝은 달이나 더욱 머리 위 가까이로 내려않은 별들과 함께 대작하며 주흥을 달래는 자신을 그려보기도 했을 것입니다. 혼자 적적하다면 벗이라도 함께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단둘이 있는 시간이라면 금상첨화이겠지요.

물론 평생을 그렇게 살라 한다면 갸웃 고개를 저을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지금의 우리는 비록 본의는 아닐지언정 나흘째 이런 문명의 이기들과 작별한 채 오지에서 그 삶을 조금은 즐기고 있습니다. 전화도 터지지 않고 인터넷도 접속이 되지 않고 어디 훔쳐서 쓸 와이파이도 없이 지내는 날들. 이제는 이 삶도 아주 익숙해져 갑니다. 명산을 섭렵하느라 혼줄 놓고 사는 삶이라 어쩌면 그런 문명이란 것이 거추장스런 짐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허나 모두 놓아버리기에는 아직 우리는 할 일이 있고 많은 지라 아침저녁으로 산을 오가며 꼭 해야 하는 일과가 하나 생겼는데 바로 도서관 찾기입니다. 무슨 독서광이라고 그러랴마는 이 오지에도 인터넷 무료 서비스가 되는 곳은 오로지 도서관 하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패스워드 넣지 않아도 접속만 하면 와이파이가 터지기에 모두 도서관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저마다의 두고 온 일상들을 정리하고 남겨둔 인연들과 그 줄을 이어갑니다.

오늘은 미 서북부 워싱톤 주에 속한 Mt. Saint Helens의 한 자락을 오르려고 길을 나섭니다. 멀리서 보면 산정이 둘로서 뭔가 미완성의 산이 버티고 있어 궁금증을 더하게 하는데 바로 화산이 그랬답니다. 원래는 3000미터가 넘는 만년 설산인데 1980년 화산 대폭발로 인하여 산꼭대기의 400여미터가 날아가 버리는 대 참변이 일어났습니다.

얼마나 엄청난 화산폭발이었는지 그 일대가 완전히 초토화되고 그 주변의 지형이 변형되었고 산의 형태가 갑자기 변해버린 자연의 무서운 형벌. 가히 불가사의할 현상이라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됩니다. 흘러내린 용암은 일대를 모두 녹여버렸고 하늘로 치솟았다가 내려온 400미터 만큼의 산은 주변 식생들을 모두 매몰시켜버려 지금까지도 그 상흔은 아프게 남아 산 주변 기십 킬로미터 까지 죽어버린 거목들이 마치 젓가락처럼 산 곳곳에 누운 채 버려져 있고 거대한 스프릿트 호수의 수면에는 이 원목들로 가득 차있습니다.

산불을 동반한 지진은 일대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화마의 자국들이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래도 산은 그 천형의 땅에서 자생의 치유력으로 더욱 수려한 자연 경관을 만들어 내며 세월을 이겨왔습니다. 화산폭발이 만들어낸 그 참혹한 사지에서도 모진 생명력으로 아름답게 또 다른 생명들을 피워내니 더욱 찬연하고도 거룩한 산의 모습을 보입니다.
오늘은 그 재해의 땅위에 새롭게 만들어낸 산의 또 다른 매력을 찾으러 떠나는 길. Loowit Falls Trail입니다.

비록 고도는 오백미터를 오르내린다 하지만 15킬로 미터의 길을 아무런 방패막이 없이 내려쬐는 한여름의 혹한 뙤약볕을 고스란히 몸으로 막으며 걸어야 하는 고행의 길입니다. 사막을 횡단하는 정도의 환경입니다. 레인저들의 간곡한 권유는 충분히 물을 지참하라는 것과 열사 일사병에 유의해야 하며 몸을 식힐 방도를 지니고 가라는 것입니다. 배낭 양켠에 1리터짜리 두 개씩을 차고 저마다의 궁리로 장비와 도구를 이용하여 갖추고 시작점 아래 시원하게 펼쳐진 Spirit Lake에다 우리 모두 영혼들을 맡기고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그래도 가는 길은 엠마오로 가는 희망의 길이기에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가는데 좌측에는 만년설산 에덤스, 우측에는 레이니어산이 경호를 해주니 더욱 자신감이 넘칩니다. 꾸준한 비탈길을 2마일 정도 걸으니 1차 전망대에 다다랐고 망망한 밸리에는 선명하게 그어진 트레일이 몇 자락 나타납니다. 창해와 같이 넓고도 기나긴 계곡에 정말 숲은 고사하고도 잎가진 나무 한그루이라고는 시야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길을 가는데 바닥의 돌들이 밟으며 푸석푸석 부서져 버립니다. 화산재들이 수분에 잠시 뭉쳐져 있다가 이내 부서지는 것이었습니다. 화산지역의 모든 바위들이 그렇듯이 이곳도 모두 기포가 형성된 검은 바위들이 하얀 재와 대비를 이루며 나름의 아름다움을 한껏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비오듯 쏟아지는 땀으로 멱을 감으며 야속한 마운트 헬랜을 째려보는데 산정 분화구 쪽에서는 아직도 하얀 연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기상청에서 당연 예견을 하고 경보를 내리겠지만 혹시나 재폭발이 있지는 않은가 하는 기우도 들면서 괜히 째려봤다고 이내 후회하고 맙니다. 아직도 끊이지 않는 활화산. 마운트 헬랜. 그 마그마의 열기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스피릿 호수 뒤에 솟은 레이니어, 등뒤에서 항상 지탱해주는 에덤스 그 두 영산의 도움으로 드디어 목표점인 폭포에 이르렀습니다. 이 거대한 피라밋 형 산정부근 지하의 빙하가 녹아 모여진 폭포인데 그 냉기는 거의 얼음 수준입니다. 장대하고도 유장하게 내리는 루위트 폭포의 물보라를 맞으며 한껏 더워진 몸을 식히고 단 몇 초도 견딜 수 없는 그 물에 찍듯이 발을 담그고 오찬을 나눕니다.

갈증에 음식보다 물이 더 많이 먹게 되는 현상. 물로 배를 채웁니다. 빙하 녹은 물이 여과된 것이라 물맛도 참 정갈합니다. 나른한 식곤증에 왔던 길 돌아보니 정신이 바짝 들면서 장탄식이 내품어집니다. 저 마른 계곡, 불붙은 돌밭 길. 돌아 갈 길이 꿈만 같아 한동안 멍하니 앉아서 물수건 적셔 땀에 찌든 몸 부위를 닦으며 몸을 식힙니다. 어차피 돌아가야 하는 길. 출발을 명합니다.

돌 틈에서 흐르는 맑은 물로 수통을 채우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데 참 무거운 발걸음입니다. 그 고난의 형벌을 감수해야하는 길. 입술은 이미 말라 타들어 가는 듯 터져 소금기의 땀에 젖으니 매우 따갑습니다. 땀수건을 물에 적셔 코 입을 가리는 마스크로 대용하고 묵묵히 자신을 넘기 위해 갑니다.

이 순간만큼은 누가 대신 살아줄 수 없는 내 인생처럼 이 길도 나만이 가야하는 나만의 싸움입니다. 어차피 우리는 산을 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을 넘는 것이니까요..


글쓴이
박춘기 - 트레킹여행 전문가
미주 트레킹 여행사는 미국의 심트부인 워싱턴에 본점을 두고 있으며 미주 북미, 중미, 남미 지역에 가장 아름다운 명산과 명산행로를 트레킹 하며 수중 세계가 미려한 캐리비언에서 스쿠바 다이빙과 관광 및 크루저 여행 그리고 미국 대륙 횡단 트레킹 여행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한국 내에서는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많은 트레킹 전문 여행사가 있습니다만 거의가 동남아나 유럽, 중국과 일본 등에 치우치고 있어 미주 쪽의 정보가 부족함을 인지하고 27년간의 미국생활과 그동안의 원정 산행 경험을 토대로 미주 트레킹을 설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마음은 있었으나 미주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혹은 전문 가이드가 없어 망설이셨다면 이제부터는 미주 트레킹에서 도와 드리겠습니다. 미주 트레킹은 전문 산악 가이드와 함께 건강하고 맛있는 산행을 추구합니다. 인원에 따라, 취향에 따라, 산행 능력에 따라 적절하게 맞추어 드리는 맞춤 트레킹 여행을 제공해드립니다. 식사도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모두 취사가 가능하며 참석하시는 분들의 기호와 식정에 따라 식단을 짜드립니다. 대부분의 숙소는 Cottage나 Cabin 산장 (한국의 팬숀 형태)을 선호하는데 독립숙소에서 참가자들만의 공간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제공해드립니다. 이 또한 호텔이나 콘도 등을 선호하시면 그렇게 해드리는 등 모든 일정을 원하시는 방향으로 맞추어 짜드려서 완벽한 만족과 즐거움을 전 일정 드립니다. 미주 트레킹은 고객 여러분들께 건강한 삶, 풍요로운 삶과 더불어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제공해 드리고자 늘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력합니다. 저희와 함께 하시는 트레킹과 여행. 언제나 살아가면서 웃음 머금고 꺼내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드릴 것입니다. 산과 바다 그리고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슴 설레면서 함께 떠날 명산 트레킹 여행! 이제 미주트레킹과 함께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