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땅인 티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
불의 땅인 티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

파타고니아 트레킹은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 최남단에 있는 티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에서 최종 방점을 찍습니다. 마젤란 해협과 비글 해협을 지나 갑자기 불쑥 솟아오른 불의 땅 푸에고. 그 옛날 마젤란이 이곳에 처음 상륙했을 때 원주민들이 우리네 봉화처럼 산봉우리에 지핀 신호용 횃불을 보고 그렇게 이름 지웠다 하는데 그 만년 설산과 남극에 가까운 동토의 땅에서 걷는 변방의 길입니다.

1870년경부터 영국의 선교사인 스털링이 이곳에 처음 정착하며 사람 사는 섬이 되어버린 우수아이아는 아르헨티나 티에라 델 푸에고 주의 수도이자 비글해협에 둘러쌓인 지구 최남단의 항구도시입니다. 남극으로 가는 관문이며 인간이 살아가는 최남단이라 뭔가 특별한 느낌을 가지고 끊임없이 방문을 하는데 여름시즌인 12월부터 3월 까지는 트레킹이나 크루저를 즐기기 위해 몰려들지만 겨울 시즌에도 스키를 즐기러 오는 관광객들로 도시는 팽창하여 인구 8만을 넘겼다 합니다. 사실 세계 최남단 마을은 인구 2,000여 명이 살아가고 있는 칠레의 푸에르토 윌리엄스(Puerto Williams)인데 이곳에 가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절차를 통하여 아르헨티나 영토를 지나야 합니다. 더불어 인구 5천은 넘어야 도시라 할 수 있다는 아르헨티나의 우격다짐으로 빛을 보지 못한 채 우수아이아는 지구 땅 끝 마을이라는 홍보 아래 관광수입원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이런 영토 분쟁의 역사적 관계 때문에 육로를 버스로 이동하게 되면 4번이나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국경을 넘나드는 통에 칠레의 보복적인 까다로운 검문검색은 아르헨티나 도시에서 출발한 버스의 승객들을 두 시간 이상을 잡아두는 원한의 땅입니다. 비글 해협을 다니며 펭귄, 물개, 범고래 등과 땅 끝 등대를 돌아보는 크루저의 기항지인 해안 터미널에는 ”Fin del Mundo”“세상의 끝”이라는 문구의 입간판을 설치해놓고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20세기 초에는 세상과 완전 격리된 채 지리적 특성 때문에 아르헨티나의 중죄인들을 수감하는 형무소가 있었고 이들을 노역장으로 출퇴근 시키던 철도는 오늘날 훌륭한 관광명소로 탈바꿈하여 솔솔하게 돈을 벌어들이기도 합니다.

트레킹은 지구 최남단에 설치된 우체국이 있는 피어스에서 시작됩니다. 빨간 우체통을 어귀에 두고 더욱 드라마틱하게 바다위에 띄어 놓은 우체국. 남극에도 배달이 될 듯 배들의 왕래도 드물지 않습니다. 팔자수염이 하늘로 치솟은 퇴역 우체국 직원이 자신의 얼굴로 파여진 스탬프를 여권에 하나씩 찍고 서명을 해주고는 2불 정도를 받습니다. 그냥 재미로 하는 것인데 굳이 돈을 받나 하는 짜증도 일게 하는 이유는 주변 풍광이 너무도 아름답고 하늘과 바다와 산 구리고 숲의 색채가 선명하기 때문입니다.

맑고 푸른 하늘. 멀리보이는 산정 만년설의 흰색에 그 회색구름의 색채를 더해 한 폭의 풍경화가 그려진 수려한 장면을 연출해냅니다. 오늘 트레킹은 인공의 흔적이 없는 청정한 자연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겨울을 넘어 여름을 걷다가 다시 가을에 젖어드는 오늘. 인식하는 계절과 피부에 와 닿는 계절이 헝클어져 시간의 감각이 무디어지지만 지금 이 순간 비록 이방의 불청객일지라도 청정 자연속의 한 구성요소가 되어 걷노라니 청명한 오늘 일기처럼 번뇌도 고민도 없는 무아지경에 빠질 수 있답니다.

그 혹독한 바람의 나라 파타고니아의 기억은 이미 아득해지고 이제는 남 파타고니아의 바람에도 순응해 가는 우리입니다. 남극에서 불어오는 그 바람에는 냉기를 품고 있습니다. 억새 같은 해변 풀들이 바람에 날리니 가을의 스산함이 묻어나고 깨어지지 않을 조용한 구도에 쇠잔한 마음이 입니다. 문득 여기에 하얀 눈을 덮으면 어떤 또 다른 세상일까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려봅니다. 저기 멀리 보이는 늘 같은 수식어의 지구 남쪽 마지막 등대. 설국이 품은 푸른 바다에 빨간 등대 하나. 비글 해협의 그 미려한 풍경. 원색들이 펼치는 색의 향연. 참 좋을 듯합니다. 고즈넉한 초가을 풍경을 연상시키는 해안 길에는 제멋대로 자란 풀들이 푸에고의 거센 바람에 나지막이 누워있습니다.

수억 년 그 자리에서 파도에 길들여진 바윗돌 들이 둥글둥글 모나지 않게 수북이 쌓여 창연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탄생과 소멸의 끝없는 윤회 속에서 나이를 감 잡을 수 없는 고목들이 해안을 드리우고 있고 파도는 이 척박하고 불모의 땅을 한번 씩 어루만져 주고 되돌아갑니다. 야생동물들의 천국이라 과대 홍보하더니 계절 탓인지 아니면 인간이 거추장스러운지 별로 눈에 띄지 않고 다만 주변을 서성대는 온갖 새 들를 만납니다. 아름다운 색을 두른 별의 별 새들이 우리를 별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환영의 축가를 불러주기도 하고 무심하게 제 할일들만 합니다. 가장 살기 좋은 곳은 가장 죽기 좋은 곳이라 했던가? 문득 이 땅이 그런 곳이 아닐까 생각이 떠오르는데 누구의 간섭이나 개입 없이 자유롭게 살다 흔적 없이 사라지는 자연의 법칙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곳. 야생의 낙원에 한 부분이 되고자 그 속 깊이 들어갑니다.

해안 길을 끝내고 이제 산길로 오릅니다. 무엇하나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나무도 바위도 풀도.. 모두 아주 오래된 나이테를 간직한 채 묘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이 버림받았던 땅에서 그 모진 생명을 이어왔을 생명체들. 더욱 처절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순간입니다. 이제 길은 공원 내의 서비스 로드와 나란히 갑니다. 드넓은 공원에는 상업용 셔틀이 비포장 도로 위를 뽀얗게 흙먼지를 날리며 자주 오갑니다. 조금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차라리 저 차량들마저 없애버렸다면 더욱 자연을 자연답게 만드는 공원이 되지 않았을까 부질없이 아쉬워도 해 봅니다.

드디어 세상의 끝에 다다랐습니다. 슾 지대에 나무 길을 만들어 인간이 갈수 있는 가장 끝까지 가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저 물길 따라 파도 따라 가다보면 남극이 나올 것입니다. 끝이라는 의미는 종점을 뜻하지만 어느새 더 이상 나에게는 마침표가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되어버렸습니다. 마지막에 이르렀으니 또 새로운 시작을 해야겠지요. 다음 이어질 여정 떠올리며 벌써 마음이 설레입니다. 세상의 끝에서 또 다른 세상으로 갈 기쁨으로 말입니다.


글쓴이
박춘기 - 트레킹여행 전문가
미주 트레킹 여행사는 미국의 심트부인 워싱턴에 본점을 두고 있으며 미주 북미, 중미, 남미 지역에 가장 아름다운 명산과 명산행로를 트레킹 하며 수중 세계가 미려한 캐리비언에서 스쿠바 다이빙과 관광 및 크루저 여행 그리고 미국 대륙 횡단 트레킹 여행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한국 내에서는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많은 트레킹 전문 여행사가 있습니다만 거의가 동남아나 유럽, 중국과 일본 등에 치우치고 있어 미주 쪽의 정보가 부족함을 인지하고 27년간의 미국생활과 그동안의 원정 산행 경험을 토대로 미주 트레킹을 설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마음은 있었으나 미주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혹은 전문 가이드가 없어 망설이셨다면 이제부터는 미주 트레킹에서 도와 드리겠습니다. 미주 트레킹은 전문 산악 가이드와 함께 건강하고 맛있는 산행을 추구합니다. 인원에 따라, 취향에 따라, 산행 능력에 따라 적절하게 맞추어 드리는 맞춤 트레킹 여행을 제공해드립니다. 식사도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모두 취사가 가능하며 참석하시는 분들의 기호와 식정에 따라 식단을 짜드립니다. 대부분의 숙소는 Cottage나 Cabin 산장 (한국의 팬숀 형태)을 선호하는데 독립숙소에서 참가자들만의 공간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제공해드립니다. 이 또한 호텔이나 콘도 등을 선호하시면 그렇게 해드리는 등 모든 일정을 원하시는 방향으로 맞추어 짜드려서 완벽한 만족과 즐거움을 전 일정 드립니다. 미주 트레킹은 고객 여러분들께 건강한 삶, 풍요로운 삶과 더불어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제공해 드리고자 늘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력합니다. 저희와 함께 하시는 트레킹과 여행. 언제나 살아가면서 웃음 머금고 꺼내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드릴 것입니다. 산과 바다 그리고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슴 설레면서 함께 떠날 명산 트레킹 여행! 이제 미주트레킹과 함께 하십시오.